창원시장 청사진 제시했지만…마산해양신도시 민간사업자 선정 ‘시계 제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13 09:00

주무 부서장 “사업자 선정 방법 판단하는데 시간 다소 걸릴 듯”

창원=에너지경제신문 이상욱 기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며 그간 표류했던 마산해양신도시 민간사업자 선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차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처분을 취소하면 민간사업자 선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으나, 순탄치 않을 것이란 회의적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취임하자마자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방향을 구체화했다. 그는 지난 2022년 10월 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지 조성(도시개발사업)은 2024년까지 완료하기로 하고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첨단산업과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진 디지털 공간 창출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창원시는 '마산해양신도시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창원시 일각에서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산해양신도시 민간사업자 선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시장 역시 앞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부 개발(민간복합개발)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재개했다"며 민간사업자를 조속히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산해양신도시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월남동 1가에 건설 중인 마산해양신도시 전경. 제공=창원시

◇ 창원시, 사업자 선정 방식 이중 딜레마 빠져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홍 시장의 바람이 구체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창원시가 다시 민간사업자 공모를 재추진한다고 해도 4·5차 사업자와 관련 법적 분쟁이 걸림돌이다. 소송에서 이긴 4차 사업자 GS건설 컨소시엄과 관계를 매듭지어야 하고, 5차 사업자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관련 행정소송도 대응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협상 끝에 창원시는 지난 3월 HDC현대산업개발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처분을 통보했다. 곧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구성원인 ㈜휴벡스피앤디는 “창원시의 최종 의견을 수용해 협약안 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업 주무 부서장인 박영진 창원시 해양사업과장은 “사업자들과 계속 소송을 이어가다 보니 (민간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판단을 쉽게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나름대로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두고 법률 검토를 받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창원시는 이중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한편으로 4차 사업자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선정심의를 재추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5차 공모 우선협상대상자를 상대로 한 소송 결과가 나빠지면 또 다른 소송으로 법적 분쟁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박 과장은 “창원시가 4차 사업자한테 최종 패소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최종 통보를 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선정심의위원회 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선뜻 4차 사업자 선정심의를 시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창원시가 선정심의위원회 구성 방법 등을 정해야 하고, 5차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법정에서 4차 사업자 선정심의를 진행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HDC현대산업개발과 4차 공모 선정심의 문제를 두고 충돌하자 5차 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도 쌍방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 소송 이긴 GS건설 컨소시엄 측 “기다려도 괜찮다" 상황 관망

GS건설 컨소시엄 측은 “(HDC현대산업개발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괜찮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내놓으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창원시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업자 선정 재심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GS건설 컨소시엄 측은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확보해 선정 재심의에서 배제되면 손해배상 청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 컨소시엄 측은 “법률적으로 정리하면 된다"며 “이미 완성된 사업계획을 제출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금액을 특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민간사업자 선정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창원시는 일단 법리 검토 이외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신중한 모습을 이어갔다. 박 과장은 “전국에서 이런 유사 사례가 없는 경우"라며 “사업자 선정 문제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 민간사업자 당장 필요한데 절차 '하세월'

옛 마산시가 마산해양신도시를 구상한 건 1996년이다. 이후 2013년 창원시는 이 사업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민간복합개발 터를 매각할 방침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무려 28년 동안 민간사업자 공모만 5차례 진행했다. 민간사업자는 당장 필요한데 절차는 하세월인 셈이다. 다른 항만재개발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조성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창원이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는 창원과 마찬가지로 개항도시로 출발한 일본 요코하마다. 일본은 1979년부터 구도심·항만공원과 연결된 '미나토 미라이 21' 신도시를 조성해 요코하마를 일본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특히 계획을 발표한 지 16년 만인 1993년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를 완공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에서는 유럽 최대 도심 재개발 사업인 '하펜시티 프로젝트'가 계속되고 있다. 부두와 창고가 있던 낡은 항구인 하펜시티를 주거·문화·상업 등이 어우러지는 최첨단 복합도시로 탈바꿈시키는 157만㎡ 규모 대형 프로젝트다. 2001년 첫 삽을 뜬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2018년 이미 57개 사업이 완료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네덜란드 ING와 영국계 로이드, 홍콩의 차이나 시핑 홀딩스 등 다국적 자본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는 1963년 민관합동기구인 '찰스센터-볼티모어 항구 법인'을 설립​​하고, 재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후 약 40년간 10단계로 진행된 볼티모어항 재개발은 '볼티모어 신드롬'이란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계적인 수변공간 재개발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항만재개발 업계 관계자는 “4차 공모 사업자와 소송에서 최종 판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사업을 정상화하기까지 그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민간사업자 선정 문제에 직면한 창원시가 항만재개발 주요 사례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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