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2442만원…20개월만에 최고
신고가 거래 잇따라…대출규제·입주물량 감소 등 전세불안↑
“다주택자 임대 주택 공급 유도해야”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든 가운데 세입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입주물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이미 치솟은 전셋값이 또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전세 가격은 평균 약 244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약 2502만원)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내에선 서초구(약 3808원), 강남구(약 3661만원), 송파구(약 3042만원), 성동구(약 2917만원), 용산구(약 2899만원) 순으로 3.3㎡당 전세 가격이 높았다.
신고가 거래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동구 금호동4가 '금호대우' 전용 114㎡는 지난달 14억300만원(9층)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전세 계약이 10억3000만원에 체결된 것을 감안하면 4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전용 93㎡는 지난 7월 21억5000만원(4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고가로 집계됐다.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 전용 135㎡도 지난달 최고가 25억원(27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를 기피하고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수요는 여전히 많은 데 비해 공급은 적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2만7629건으로 올해 초 3만5000건보다 21% 감소했다.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보다 낮으면 전세를 내놓는 사람이 많고, 100보다 높으면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전셋값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가을 이사철과 겹치며 향후 전셋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부터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된 데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돼 매매보다는 전월세 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신규 입주물량 감소,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만기 영향 등도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 8577가구로, 이 중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을 제외한 물량은 6545가구에 그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전세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다주택자들의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며 “보유세 완화, 양도세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8.8공급대책을 통해 비아파트의 공공 신축매입(임대 포함)을 확대하고, 민간혹은 미분양 임대사업자에 다양한 세제지원을 추진 중인 만큼 빠른 제도 적용을 통해 가을 이사철 수요 유입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