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9개월여 남은 산은 회장, 부산 이전은 지지부진
산은법 개정 막히며 동력 잃자 조직·인력 이동 택해
26일 이사회 논의 예정...노조 “불법 조직개편” 반발
내부 직원들과 장기간 대치, 10월 국감 벼르는 노조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임기가 약 9개월이 남은 가운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공회전을 하고 있다. 가장 핵심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국회에서 가로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강석훈 회장은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부산 이전의 효과를 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산은은 부산 지역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설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인데, 산은 노동조합은 “불법 조직개편에 반대한다"며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강석훈 회장 내년 6월 임기 만료
'법 개정' 막히자 '조직개편'으로 우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2년 6월 7일 취임한 강석훈 회장은 내년 6월 6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총 3년의 임기 중 2년 이상의 임기가 지나는 동안 강 회장의 최대 임무인 부산 이전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강 회장은 출발부터 녹록지 않았다. 산은 회장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산은 노조 반발에 부딪혀 출근을 하지 못하다가 약 2주 만에 본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당시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내세운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을 강행하기 위해 강 회장이 임명됐다며, '낙하산 인사'로 노조가 규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강 회장은 취임 후 곧바로 산은의 부산 이전 절차에 착수했다. 산은은 현재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한 상태로, 마지막 관문인 산은법 개정 절차만 남아 있다.
하지만 산은법 개정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사실상 동력을 잃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여당 의원들이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데, 야당 의원들은 명분이 약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산은법 개정안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고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재발의가 됐지만 여소야대 국면이 더 심화돼 법 통과는 더 요원해진 상황이다.
강 회장은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당장 법 개정이 어려워지자 부산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부산 이전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강 회장은 지난 6월 진행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내겠다"면서 “올해 하반기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겠다"며 부산 이전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설치하고 인력을 부산으로 이동하는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산은은 앞서 지난해 초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등 동남권 조직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54명의 직원을 부산 등 동남권으로 이동시켰다.
단 산은은 이번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논의 내용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법 개편" 노조, 천막농성 돌입
'입지 흔들' 강 회장, 국감서도 공세 예상
산은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는 산은 본점 앞에서 조직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직원 몇 명이 발령받아 내려가는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국회가 통과시키지도 않은 법을 대통령이 먼저 시행하도록 불법 사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이미 한 번의 부산 이전 조직개편을 겪었으나 1년 반 넘게 지난 아직까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가장 많은 점포와 인원을 두고 있다. 또다시 조직개편을 한다는데, 부산에 갑자기 새로운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기라도 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현재 산은 직원은 부울경에만 약 230명이 배치돼 있다. 비수도권 인원의 40% 수준이다. 점포 수를 보면 비수도권에 35개가 있는데 이 중 13개가 부울경에 존재한다.
부산 이전을 두고 강 회장과 산은 노조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산은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끝내고 싶은 대통령실의 시선에서도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부산 이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 내부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모습이 장기간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의 충돌로 강 회장의 입지 또한 흔들리는 분위기다. 부산 이전 과제를 마무리짓기 위해 내년에 강 회장이 연임을 할 수도 있지만, 직원들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강 회장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특히 산은의 기능 100%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구상하고 있는데 일부 조직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미봉책에 그친다는 비판도 커진다.
당장 오는 10월 열리는 산은에 대한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은 위원들의 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그동안 강 회장이 국회 의원들과 내부 직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노조 또한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을 밝히겠다며 벼르고 있다. 김현준 위원장은 “천막 농성 투쟁을 통해 강 회장과 허수아비 경영진을 압박하고, 향후 있을 국정감사 등에서 조직개편의 문제점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