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주택용 누진제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1 10:58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정연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주택용 누진제는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절약 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목적으로 1974년 11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누진단계 및 누진배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였는데, 2004년부터는 6단계 11.7배수로 운영되다 2016년 여름철 폭염을 계기로 3단계 3배수로 완화되었다. 이후 2019년부터 여름철에 한해 누진구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2년간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누진배율이 2.56배 정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비록 2016년에 누진제 구조에 큰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3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이며,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됨에 따라 주택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주택용 전기요금의 요금수준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요금체계의 왜곡된 구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앞으로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누진 단계별 기본요금에 대한 재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용은 저압 기준으로 1단계 910원, 2단계 1,600원, 3단계 7,3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기본요금 수준은 주택용의 원가구조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누진 1단계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910원의 기본요금은 전력공급에 따른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저압 기준) 2,500원 정도로 기본요금을 통일한다면 한전의 판매수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3단계 소비자의 요금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전력량요금 인하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본요금만 현실화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누진제를 더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둘째, 2016년 누진제 개편을 통해 누진배율이 완화되긴 했으나, 최소 1.5배수 이하가 되도록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가가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요금제에 대한 불신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전기요금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급격하게 누진배율을 완화하는 것은 요금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배율을 완화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과거 누진배수가 4~5배에 달했으나 약 10년에 걸친 요금 조정 과정을 거쳐 1.2배수 수준으로 완화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누진배율 완화는 단순히 3단계의 단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반드시 1단계 단가 인상을 수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1단계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다.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3단계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1단계 단가 인상을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이를 3단계 단가 인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나, 전기소비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불분명한 다수를 대상으로 요금헤택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주택용 복지할인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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