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e+ 삶의 질] 운동하기 좋은 가을…걷기·달리기로 ‘뱃살빼기 도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6 15:30

■ 폭염 운동부족, 추석 과식으로 '복부비만' 걱정이라면

허리둘레 男 90㎝, 女 85㎝ 이상이면 복부비만

내장지방 과다 당뇨·지방간·변비·유방암 '위험'

심한 운동·무리한 다이어트는 신체부작용 초래

초기엔 1분 65m 완보, 가벼운 유산소운동 좋아

부상이 적고 몸에 큰 무리가 없는 걷기의 효과를 높이려면 느리게 걷기와 빨리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지난 5월 인천대공원에

▲부상이 적고 몸에 큰 무리가 없는 걷기의 효과를 높이려면 느리게 걷기와 빨리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지난 5월 인천대공원에서 열린 '제2회 인천사랑 걷기대회' 장면. 사진=인천시청

중국 명나라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원제 '삼국지연의')를 보면, 주인공 유비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에 세력이 강한 제후들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고생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조의 공격을 받아 근거지를 잃고 관우·장비·조운(조자룡) 등과 유랑하던 중 형주의 유표를 찾아가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비는 문득 자신의 허벅지에 군살이 두둑하게 붙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전에는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기 때문에 허벅지에 군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으나 형주에 온 이후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허벅지에 군살이 올랐던 것이다. 살이 찌는 줄 모르고 현실에 안주해 도원결의의 목표를 망각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을 한탄했다는 그 유명한 고사성어 '비육지탄( 脾肉之嘆 )'이 생긴 배경이다.




혹독한 폭염과 장마 끝에 선선한 가을이 갑자기 찾아 왔으니 반갑지만, '삼국지'의 또다른 인물 동탁의 아랫배처럼 늘어진 뱃살 때문에 '탄식'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운동을 안하거나 못하고, 게다가 추석 연휴를 보내며 지나친 영양보충을 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비육지탄에 빗대 '비복지탄(脾腹之嘆)'이라고 할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뱃살이 풍성해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든다면 '만시지탄(晚時之歎)'에 해당한다.


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을 맞아 “이번 가을에 기어코 살을 빼겠다"는 비장한 결심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 하다. 비복지탄까지는 아니더라도 허리 벨트가 빠듯해진 사람들에게 다시 '올 가을엔 운동할거야'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을 빼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다 보면 관절이나 심장에 무리가 생길 우려가 크다"면서 “우선 걷기운동부터 착실히 해서 몸의 워밍업을 해놓고 등산이나 조깅(달리기) 등 보다 강도 높은 운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며,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조언한다.


걷기와 달리기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다.




걷기는 부상이 적고 운동량에 비해 체지방 감소율이 높다. 하지만, 목표 심박수가 미달하면 효과가 떨어지기에 느리게 걷기와 빨리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는 전신근력·심폐지구력 향상에 좋다. 에너지 소모량 많아 체중조절에 효과적이지만 무리하게 하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 문제다.


◇ 걷기는 완보→속보→강보 순으로…달리기, 관절·심장에 부담주지 않는 수준에서




걷기는 특히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만성질환 등 병에 시달리거나 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도 '훌륭한 보약'이다. 심장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고, 달리기나 다른 스포츠에서 흔한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 위험도 적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개선, 심폐기능 향상, 골밀도 강화 등에 이롭다.


한국체육진흥회는 걷기를 20∼30분 이상 지속하라고 권고한다. 대략 운동 개시 10분 후부터 근육에 산소공급이 되면서 유산소 운동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완보는 분당 65m 정도의 속도로 시간당 4㎞를 가며, 매분 3㎉를 소비한다. 산책(산보)은 분당 80m 속력으로 시간당 5㎞, 매분 3.6㎉를 소비한다.


이어 △속보(분당 100m 시간당 6㎞, 매분 4.5㎉) △급보(분당 115m, 시간당 7㎞, 매분 7.5㎉) △강보(분당 135m, 시간당 8㎞, 매분 8.5㎉) 순으로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 초보자나 노약자의 경우 완보나 산보에서 시작해 단계를 높이는 것이 요령이다.


운동생리학에 따르면, 운동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인체의 에너지 생성체계는 젖산보다는 탄수화물을,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운동강도가 높을수록 지방보다는 탄수화물, 탄수화물보다는 젖산을 사용하게 된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뛰기와 걷기를 각각 1회 30분, 주 3회씩 20주간 실시한 뒤 체지방 감소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걷기는 체지방이 13.4% 감소했으나 뛰기는 6.0%에 그쳤다. 뛰는 것보다 천천히 걷는 것이 살이 더 잘 빠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걷기 중에도 등산은 심폐기능을 향상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요통 예방과 치료에 적절한 운동요법으로 추천할 정도로 무릎과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할 때는 연골 손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마라톤 선수들이 10㎞를 뛴 후 COMP(연골손상 지표) 농도를 재본 결과, 뛰기 전 안정 시에 비해 지표가 50%나 증가했다. 비만으로 체중이 불어난 상태라면 연골 손상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체중이 많이 불어난 상태에서 무리한 등산이나 달리기는 무릎 연골 손상이나 발목 부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글로발산악회

▲체중이 많이 불어난 상태에서 무리한 등산이나 달리기는 무릎 연골 손상이나 발목 부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글로발산악회

◇ 식사는 평소 섭취량보다 줄이되 기초대사율 800~1000㎉ 이상 유지해야


복부비만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내장지방(내장비만)이다. 한국인의 경우 허리 둘레가 남성은 90㎝(약 36인치) 이상, 여성은 85㎝(약 34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복부비만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체지방 컴퓨터 단층촬영(CT)이다. 요추 4번, 5번 부위를 측정한 내장지방 면적이 100㎠ 이상이면 내장비만으로 진단한다.


내장비만은 직접적인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며 당뇨, 소화기병, 부인과 질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심장에 무리가 생긴다. 내장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혈액 공급량은 체중에 비례하므로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의 심장은 항상 과로 상태에 처한다. 배가 불룩하고 뚱뚱한 사람이 조금만 무리를 하거나 운동을 해도 숨이 차고 피로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내장비만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을 훨씬 높인다. 간에서 당 생산이 증가하고, 말초기관에서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식사량이 많으므로 혈당이 잘 올라간다.


셋째, 남아도는 열량이 간에 중성지방의 형태로 축적되는 지방간, 소화불량이나 변비 또는 설사 등의 증상을 겪는다.


넷째, 살이 찐 여성은 체내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월경의 양과 주기가 불규칙하게 된다. 비만 여성은 유방암과 자궁내막암 등 악성 종양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


내장지방·피하지방 등 복부비만을 해소하는 데는 걷기,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금상첨화'다. 모두 실내 실외에서 가능하다.


식사는 평소 식사량보다는 줄이되 기초대사율보다는 더 먹어야 한다. 기초대사율이란 호흡이나 심장박동, 뇌의 활동 등에 필요한 열량으로, 보통 800~1000㎉이다. 전문가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최소한 1일 열량 섭취 권장량(1800~2000㎉)의 60~70%는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동과 식사 조절, 운동 등을 한 뒤 3∼6개월 후에도 기존 체중의 10% 이상이 빠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약물치료를 받을 때도 반드시 식사 조절과 운동 등 비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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