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비트코인 채굴,ESS 경제적 대안 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7 10:58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필자는 그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본 주제를 다루기를 꺼렸지만, 이제 시기가 성숙한 것 같아 제안하고자 한다. 코인 산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에너지 전문가로서 제시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으면 한다. 국민연금도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마당에 더 이상 이런 주제가 금기시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출력제한(curtailment) 이다. 발전 제약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전력 수요를 초과하거나 전력망의 안정성에 위협이 될 때 발생하는데, 특히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을수록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출력제한이 발생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생산한 전기를 전력망에 송전할 수 없게 되며, 그로 인해 전기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감소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운영 비용이 낮기 때문에, 발전량이 제한될 경우 재무적 압박이 상당하다. 주로 전력 생산량을 기준으로 재무 계획을 수립하지만, 출력제한으로 인해 전력 생산이 예측 불가능해지면 수익 예측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직접 전력 구매 계약(PPA)의 경우에도 출력제한으로 인한 공급 불확실성이 장기 계약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구매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중요시하기에, 출력제한이 잦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와의 계약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불리한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전력망 접속 용량의 한계에 있지만, 이는 한국전력의 재정 문제 등 거시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어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대안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ESS는 양수든 배터리든 초기 투자와 유지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사업자나 전력망 운영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전력 저장 비용이 전기 판매로 얻는 수익보다 높다면 당연히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는 유연성 자원으로서 비트코인 채굴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발전제약은 주로 태양광과 풍력처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잉여 전력을 소모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발전제약으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된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기를 전력망에 연결해 잉여 전력을 채굴에 활용하면 이러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잉여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하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이 곧바로 경제적 가치로 전환된다. 이는 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높이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발전제약이 발생하는 시간대를 채굴에 활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력시장 운영자 입장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의 전력 수요 대응성 측면에서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전력 공급 상황에 따라 가동과 중단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채굴을 가동해 잉여 전력을 소모하고, 전력망에 부담이 가중되는 시간에는 채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전력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며, 잦은 발전제약으로 인한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 수단으로 제시되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는 설치와 유지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비트코인 채굴은 기존 전력 인프라를 활용해 잉여 전력을 소비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즉, 채굴 활동은 직접 전력을 저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잉여 전력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간접적으로 전력 저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출력제약으로 인한 직접적인 수익 손실을 겪지 않고, 채굴된 코인을 판매하거나 보유하는 등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 단순히 전력을 버리는 것보다 발전사업자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행 방안으로는 지역 거점별로 잉여 전력을 모아 비트코인 채굴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어 지역별로 전력 수급 격차가 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모아 채굴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하나의 대규모 채굴센터 대신, 지역 내 소규모 채굴 시설을 분산 배치해 지역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역 내 전력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고, 국내에 분산전원을 안착시키는 데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거나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등 수급 균형을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일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코인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와 수익 배분 조건을 사업자 간에 사전에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얻는 수익은 코인 가격 변동에 따라 단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굴한 코인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면 채굴에 사용한 전력 비용보다 수익이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채굴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어떻게 배분할지 조건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발전사업자와 채굴사업자가 함께 참여할 경우, 채굴된 코인의 수익 배분 비율을 미리 정하거나, 코인을 즉시 판매하지 않고 보유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컨데,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상황으로 전력망 확충도 어렵고, ESS 비용도 만만치 않아 발전사업 자체 수익성에 악영향이 크며,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분산전원도 쉽지 않다. 장차 무탄소 전원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출력제한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력 수요 대응성 확보 차원에서 코인 채굴을 정책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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