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가 ‘원전 르네상스’ 불러오는데…원전 업계는 ‘시큰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7 12:14

구글·아마존·메타·MS 등 美 빅테크, 원전 수요 급증
헤지펀드 “12개월 내 미국서 신규 원전 늘어나”
원전 업계는 시큰둥…“빅테크 신규 착공 외면”
운영 중인 원전 통한 전력공급엔 반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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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사진=AFP/연합)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안정적이고 무탄소 발전원인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등에서 원전 가동을 늘리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원전 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 사이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들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기업들은 자사가 설정한 기후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무탄소 발전원인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미국에서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스리마일섬 원전'의 재가동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지난달 MS와 전력 공급 독점계약을 맺고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모두 MS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기로 했다. 재가동 시점은 2028년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9년에 가동이 중단된 이후 9년 만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경우 올해 3월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원전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6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쿤 메타 최고 AI 과학자도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GW)급 저비용 저탄소 전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즉 원전 바로 옆에 구축될 것"며 “태양광과 풍력도 좋지만 요구되는 토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빅테크뿐만 아니라 금융업계에서도 원전 산업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 세그라 캐피탈의 아서 하이드는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에서 원전이 새로 건설될 것을 확신한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원전 신규 건설을 위한 요소들이 처음으로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원전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완공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고 비용 또한 예산을 넘어설 수 있는데 이러한 리스크를 떠안고 착공에 자금을 지원할 기업들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가동된 미국의 보글 3·4호기는 애초 2016년에 전력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수년간 지연됐으며 비용도 당초 예산보다 수십억달러가 초과했다.




FT에 따르면 연례 기후행사인 '뉴욕 기후위크'를 앞두고 원전 업계 만찬에 참석한 캐롤라인 골린 구글 에너지시장 개발 총괄은 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모두 떠안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24년 세계원자력협회(WNA) 심포지엄'에 참석한 MS의 원전 부문 이사인 토드 노는 대다수의 테크 기업들은 적절한 가격에 전력을 장기간 구매하는 방식으로만 원전 산업을 지원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상위 3위에 속하는 빅테크 관계자는 “테크 기업들은 원전을 소유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며 “(원전 운영 등은) 핵심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테크기업이 원전을 소유한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원전업계에선 전력구매계약(PPA)만으론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미국 최대 건설기업 벡텔의 원전사업을 총괄하는 아멧 톡피나는 “그들(빅테크)은 프리미엄까지 얹혀서 PPA를 체결하고 시싶어하고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원전 초기개발엔 도움이 안 된다"며 “새로운 원전이 생기려면 이들이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완공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PPA엔 반영이 안된다고 FT는 짚었다. MS, 아마존, 구굴은 이들의 원전 전력에 대한 FT의 논평을 거부했다.


현재 운영중인 원전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공급될 경우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 기후위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 중 88%는 원전이다"라며 “테크 기업들이 전력을 가져올 경우 주가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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