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세계국채지수 편입] “90兆 해외자금 유입”…국채발행 여력 확대에 재정운용 ‘숨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9 11:38

FTSE 러셀, 韓 ‘채권 선진그룹’ 편입 결정
채권금리 인하·연간 1조 이자비용↓

지수 추종 자금 2조5000억∼3조달러
최대 90조원 해외자금, 韓 채권시장 유입

국채.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선진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선진 금융시장으로 분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지수 편입으로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는 한편 국채 발행 여력이 늘고, 조달비용 감소 등 재정정책 운용에서 각종 이점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은 8일(현지시간) 채권 국가 분류 반기별 리뷰 결과를 통해 한국이 2025년 11월부터 WGBI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FTSE 러셀의 편입 기준인△국채발행규모(500억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 △시장 접근성 등에 충족하기 위해 앞서 노력한 결과 네 번째 도전 끝에 지수 편입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은 시장 접근성 수준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후 편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 국가 중 WGBI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인도 뿐이었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해 엄격한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한국 채권 시장에 투자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편입으로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선진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 지수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자금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약 33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그간 '디스카운트(저평가)' 받았던 국채 가치가 올라가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감소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WGBI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포함된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히는 만큼 추종 자금이 2조5000억∼3조달러(3362조5000억∼4035조원)가량으로 추정돼 거대한데다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도도 높다. 따라서 이번 지수 편입은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와 신뢰도도 향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수 편입액만큼 한국 국채에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약정과도 같기에 한국경제와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편입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연기금 등이 WGBI를 운용 성과 평가 기준인 벤치마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WGBI에 포함된 주요 신흥국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비은행) 비중은 10년 새 10%p 늘었다.


최대 90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신규 자금이 투입되면 정부 재정 운용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며, 자금 유입만큼 발행여력이 추가적으로 생긴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채 이자 비용절감도 가능해진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매수에 따른 채권금리 인하(채권가격은 상승)로 연간 1조원 안팎의 국채 이자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발행 잔액이 늘며 지난해 국고채 이자비용만 23조원에 달했다. 국고채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로 인해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자금 투입은 편입 이후 18개월 또는 24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회사채 등 크레딧 시장에도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WGBI 편입으로 신용등급 AAA급 최우량물인 국채 가격이 오르게 되면 회사채 등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투자를 확대하는 기관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대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늘며 외환시장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WGBI에 포함된 주요 신흥국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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