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미래포럼, 박찬기 산업부 수소정책관 국장 주제발표
“그린수소도 탄소 배출 가능…청정수소 기준 맞추는 게 중요”
“청정수소 입찰시장서도 차별 없어…결정적인 건 가격일 듯”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 생산 과정에서 청정수소 기준만 맞추면 그린수소 혹은 블루수소인지 상관없이 정책적으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정책관 국장은 11일 서울JW매리어트호털에서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조찬포럼에 참석, '수소경제 정책 현황 및 계획'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수소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박 국장은 포럼에서 “현재 기술로는 수소를 생산하는데 일정 부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수소 1kg을 생산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4kg 나오는 것까지는 청정수소로 인정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기준을 4kg, 일본은 3.4kg, 유럽연합(EU)은 3.4kg, 영국은 2.4kg까지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보면 4kg만 맞추면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생산 방식으로는 청정수소를 정의하지 않는다"며 “실제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지를 보고 그린수소도 좋고 블루수소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이 이같이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최근 환경단체가 청정수소 인증제에서 블루수소를 제외하라고 산업부를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헌재는 관련 내용에 대해 심리 중에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전해해서 만든 수소이고,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로 생산하지만 탄소·포집·저장(CCS)기술로 탄소를 제거한 수소를 말한다.
환경단체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든 그린수소만 청정수소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일명 그린워싱(환경위장주의)으로 규정하고 청정수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을 마무리하고 빠르면 2027년부터 실제 청정수소발전을 가동할 예정이다.
박 국장은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서 “그린수소를 생각하면 탄소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안 불고 해가 안 뜨면 전기가 끊기는 때가 있다"며 “수전해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중간에 장치를 멈추는 게 굉장히 안 좋다. 일정 시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문제다. 아니면 그리드(전력망)를 사용해야 하는데 인도와 같은 나라는 그리드가 주로 석탄발전으로 돼 있다. 이때 몇 시간만 그리드를 사용해도 (탄소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그린수소라 해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계속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도중에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 상관없이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소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보니 연구개발(R&D)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은 이날 박 국장에게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는 생산가격이 다른데 업계에서는 입찰 시장에서 이 둘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두 수소에 대한 정책 차별은 없다는 뜻을 다시 강조했다.
박 국장은 “지금은 (이 둘을) 통으로 묶어서 발전을 하고 있다. 입찰 평가 중 가격은 60%, 비가격은 40%다"며 “비가격에는 유가 연동 연계, 국내 기자재 사용 등이 있는데 결정적인 것은 가격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포럼 발표에서 박 국장은 수소가 액화천연가스(LNG)보다 에너지안보에 유리한 점도 설명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LNG와 달리 수소는 국내에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가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 한낮에 전력 생산량이 넘칠 수 있게 된다. 이 넘치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 후 저장하고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수소를 마치 ESS처럼 쓰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LNG는 중동, 미국, 호주 등 수입처가 제한적인데 반해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확보한 유럽에서도 수입할 수 있어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박 국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소차는 3만7000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1095메가와트(MW)까지 늘어났다. 1000M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비슷한 규모다.
수소경제 활성화 3대 전략에 따르면 수소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2030년까지 30만대로 늘리고 2036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1%는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으로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