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그린수소' 투자와 관련해 “멍청한(stupid) 짓"이라고 비판해 주목받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KKR의 에마누엘 라가리그 기후 부문 글로벌 공동총괄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블룸버그NEF 서밋 행사에 참석해 “공급 마인드를 너무 많이 적용해 투자하면 결국 멍청한 짓을 하게 된다"며 “사람들은 수요 대신 공급에만 집중을 해왔는데 그 결과 그린수소 산업 전반이 완전히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수요를 염두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공급 확대만 집중한 결과 그린수소 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가리그는 이어 “(그린수소 관련) 거품이 터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는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기에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비용이 높은 데 이어 생산 효율성 또한 낮아 투자 차원에서 접근성이 어렵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린수소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귀결돼 글로벌 개발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사례가 최근들어 잇따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호주 에너지 1위 기업인 오리진에너지는 호주 헌터 밸리에서 그린수소 허브 구축 계획을 지난 3일 중단했다. 프랭크 칼라브리아 오리진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수소가 미래 에너지믹스를 차지할 것으로 믿지만 수소 시장이 예상보다 느리게 발전하고 있으며 극복해야 할 리스크, 비용, 기술발전 등은 여전하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미국의 하이 스토르 에너지가 새계 최대 전해조 생산기업인 노르웨이의 넬에 발주한 1기가와트(GW) 규모의 전해조 주문을 취소했다.
빅오일(거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셸의 경우 지난달 24일 노르웨이에서 추진했던 블루수소 프로젝트를 취소했고 또다른 석유공룡인 에퀴노르는 노르웨이와 독일을 연결하는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계획을 지난달 20일 철회했다. 수소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업체인 오스테드는 스웨덴 그린수소 생산설비 구축 프로젝트를 지난 8월 15일 철회했고 글로벌 광산기업 포테스큐는 2030년까지 연간 150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지난 7월 17일 보류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지난 8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그린수소의 비용은 알려진 것보다 더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1kg당 3~7달러에 달하는데 이 비용이 2030년엔 현재 대비 절반으로 줄고 2050년엔 네 배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수소의 저장과 운송 비용이 최종 가격의 33~50% 가량 차지하고 있어 생산단가가 하락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록사나 샤피 하버드대 연구원은 “생산비용이 예측대로 감소하더라도 저장과 운송 비용으로 인해 그린수소는 다양한 섹터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비용이 앞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50년 그린수소 수요가 기존 전망대비 10~2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NEF의 케시 가오 애널리스트는 “수소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프로젝트들이 진행돼야 수요가 증가해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데 수소에 대해선 이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