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에 ‘가계부채’ 관리 긴장...“부동산대책 우선 강구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3 10:08

당국 “9월 가계부채 증가 폭 둔화”
“대출 증가 폭 여전히 높아...경각심 제고”

한은 금리인하 기대감 시장 선반영
가계부채·부동산시장 영향 제한적 무게

은행권, 향후 인위적 금리상향 부담
“무주택자 주택공급 등 추가대책 필요성”

이창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9월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5조7000억원 늘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정부의 가계 빚 관리에 다시금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시장에 상존하는 만큼 정부가 대출규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다른 대책들을 즉각 가동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은행권 가계대출 5.7조 증가...전 금융권 5.2조↑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7000억원 늘었다. 9월 가계대출은 8월(+9조3000억원)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96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237조9000억원으로 5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정부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효과에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노력,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둔 선수요, 추석 연휴 등 일시적,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이 더해지며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대출은 추석상여금 유입,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 상각 등으로 감소 전환했다"고 짚었다.


전 금융권 대출항목별 가계대출 증감 추이.

▲전 금융권 대출항목별 가계대출 증감 추이.(자료=금융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었다. 전월(+9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6조9000억원 늘어 8월(+8조5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1조7000억원 감소하며 8월(+1조2000억원)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9월 중 은행권 가계대출이 5조7000억원 증가한 반면 2금융권의 경우 5000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은 9월 중 주담대가 전월 대비 7000억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이 분기말 부실채권 상각 영향으로 1조2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대출정책 두고 전문가들 “가계부채 조절, 부동산대책 수반해야"

9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점은 긍정적이나,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실제 금융당국도 “지난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빅컷 단행 등 금리, 부동산 상황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규제가 아닌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을 우선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폭(0.25%포인트)이 당장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에 선반영됐고,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적용 중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낮춰도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화한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기존처럼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규제가 아닌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을 우선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정식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를 컨트롤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에) 엇박자 정책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는 식의 다양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권의 계속된 대출금리 조정은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기존보다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기업의 이자부담이 줄어든 점은 가계부채 관리에 긍정적이다. 은행권 관계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고물가 기조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했다"며 “그러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는 대출수요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변수는 아니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