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요금’ 받는 공기업에 밸류업 이라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7 07:00

에너지 공기업 밸류업 참여…정책 부응, 경평 감안

한전 사장 자사주 800주 매입에도 주가 더 떨어져

한전, 가스公, 한난 재무구조 망가져…“요금 정상화가 밸류업”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

원가 이하 요금을 받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이제는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정책인 밸류업 정책까지 내놓아야 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저평가된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시행하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다. 증시 상장기업은 자발적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며, 이에 정부는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법인세, 배당소득세, 상속세에 대한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상장한 공기업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강원랜드,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등 7곳이다.


가장 먼저 밸류업에 참여한 에너지 공기업은 한전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3월 11~12일 동안 자사주 총 800주를 매입했다. 매입단가는 주당 2만4300원, 2만3500원으로 총매입액은 약 1900만원가량이다.




하지만 한전의 주가는 오히려 더 내려갔다. 16일 종가 기준 주당 2만650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원, 부채율은 530%로 채권을 발행해 운영비를 조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이다.




한전이 이렇게 된 원인은 원가 이하 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이 적정선으로 오르지 않는 한 어떤 밸류업 계획을 내놔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날 한국지역난방공사도 4분기 내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한난은 “누리집을 통해 일반주주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한다"며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주주에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를 물음으로써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주식 종가는 전날보다 1.1% 떨어진 주당 4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난은 지난해 31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원가 이하 요금 책정으로 못 받은 미수금만 4179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난의 총부채는 5조5765조원이며, 부채율은 254%에 이른다.


가스공사는 아직 밸류업 참여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부응해야 하고,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참여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 역시 밸류업 계획이 나와도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못 줄 가능성이 높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조55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원가 이하 요금으로 받지 못한 미수금이 15조원이 넘고 있다. 가스공사도 투자비는 고사하고 운영비가 모자라 채권 등 외부자금 조달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총부채는 44조4794억원, 부채율은 423%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니까 경영평가 등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밸류업에 참여하는 건 이해하는데, 원가 이하 요금 때문에 재무구조가 망가진 상황에서 다른 어떤 대책을 내놓은들 주가가 오르겠냐"며 “다 필요없고 요금 정상화가 최고의 밸류업이다"라고 일침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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