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한은의 딜레마와 대한민국 구조개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1 11:02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후변화가 드디어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누가 폭염경보가 울리는 한가위를 맞을 것이라 기대했을까? 차례상에 올릴 과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친척들 간의 선물도 여전히 비싼 사과 대신 포도나 멜론으로 대체되었다. 기후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전 칼럼에서 논의했듯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도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로 중동 지역의 불안이 커지며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정책 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새 총리가 선임됨으로써 아시아 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를 통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s)를 0.5% 포인트 인하하였다. 지난 3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 경기의 둔화가 있으며, 이는 곧 세계경기의 하방압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경기를 부양해야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락이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경기와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난관 아래 우리 경제 어깨에는 가계부채라는 무거운 짐이 짊어져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다 한들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 과거와 같은 금리 하한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을 것이며,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때문에 원리금상환액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원리금상환액을 제외하면 가처분소득은 감소할 것이며 이는 소비여력, 저축 및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게 된다. 결국 금리인하가 가져올 수요측면의 경기부양효과는 높은 기대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한은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라는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국한하여 발언하던 과거와 달리 교육, 투자, 부동산, 수도권 과밀화 등 개혁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한은이 맞이하고 있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에 닥친 여러 도전에 직면하여 완화적 금리정책으로 경기하방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나. 기후변화, 국제정세, 가계부채 등 많은 크고 굵직한 요소들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으므로,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모든 요인들이 인플레이션에 엮이게 되므로 결국 국가경제의 모든 측면에 대해 정책적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는 경제성장 뿐만아니라 분배정책, 인구정책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조적 측면에서도 한국은행이 정책적 고려를 하는 것이 본연의 정책목표와도 부합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한은이 보여주는 행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정책적 제언 외에 실질적인 정책수행은 정부 각 부처의 역할이며, 정치권의 합의가 필연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다. 대학에서 경제학 전공자도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후변화 등에 무지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한은의 정책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폭넓은 융합적 정책을 고려하지 않으면, 2차원적 제한된 정책수단으로 복잡한 딜레마에 맞서는 한계상황에 봉착할 것이라 본다. 오히려 독립된 정책기관인 한은이기에 사회경제 여러 분야에서 객관적 시각으로 정책방안의 고려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한은의 정책제언들을 단지 의외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경제의 안녕을 위해 중요하지 않을까? 한은의 딜레마는 우리 경제가 처한 딜레마라는 점을 상기하고 다같이 구조개혁에 힘을 모아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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