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국내의 유수한 연구소들은 조용한 가운데 먼나라의 연구소가 경쟁상대인 한국의 전자산업을 걱정하고 나섰다. 미국의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탈탄소화 노력에 힘입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AI 부문의 재생에너지 순증량은 2023년 대비 2026년까지 3배 증가하여 262TWh가 될 것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AI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17.9%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리고 400개 이상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한 RE100이 2050년까지 전력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 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SK하이닉스는 30%, 삼성전자는 10% 미만에 불과하고 발전 속도도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2023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9.64%로 세계 평균 30.25%, 아시아 평균 26.73%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의 확대 적용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은 상당한 재정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은 필자의 생각이고 IEEFA는 경쟁국의 '대략난감'을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20대 대기업의 전력사용량이 85TWh로 주택용 전체 전력사용량 82TWh를 초과하는 나라이다. 전체 전력량의 3분의 2가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출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사용을 요구받고 있으며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으로 국내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제조사는 2017년 46개까지 늘었다가 2022년 23개로 절반이나 즐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원전산업을 넘어선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2014년에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 부문의 수출액이 3조967억원으로 원전 부문 수출액 1641억원의 19배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태양광·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은26조7219억원으로 원전 수출액 1조716억원보다 약 26배가 많았다. 2021년의 재생에너지산업 종사자수는 13만9097명으로 원전산업 종사자수 3만5104명보다 4배나 많았다.
전 세계 에너지 투자 규모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의 1.7배인 1조740억 달러였다. 원전분야는 630억 달러로 청정에너지 분야의 불과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에도 전체 3조 달러를 초과하는 에너지 투자액 중 청정에너지 기술과 인프라에는 2조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 분야는 최대 8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2017년부터 수출액이 감소하고 참여하는 기업의 수마저 줄어드는 처지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는 물론 고용, 보급,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 되었다. 30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반도체와 무선전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와 무선전화는 21세기 한국의 경제의 중추가 되었다.중국의 퀀텀 점프는 재생에너지 산업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은 재생에너지 산업과 보급에 투자를 늘렸고 2010년대가 되면서 보급과 투자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그리고 이제 재생에너지 분야는 중국의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분야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 14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기로 한 지난해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의 합의에 대한 경과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의 계획으로는 목표에서 34% 부족하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촉구하였다.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 5300억 달러를 매년 1조5천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있으리오.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데 몇몇 매니아를 위해 타자기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매일 목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