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대출잡겠다”…‘충실한’ 당국 목표의식 뒤에 결여된 취약층 고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1 13:14
박경현 금융부 기자.

▲박경현 금융부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23일 2금융권에 번지고 있는 풍선효과 차단을 목적으로 회의를 연다. 지난 15일 점검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슷한 회의를 개최한지 약 일주일만이다.




이번 회의에서 2금융권의 풍선효과 방지에 대한 압박이 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증가폭이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가 '대출 조이기'에 성공했지만 그러는동안 2금융권의 증가세는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보험사는 4000억원, 새마을금고는 2000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달 전체 수준을 넘어섰고, 집단대출 외에 개별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명백한 풍선효과 발생 과정에서 대출수요자 중 가장 대응력이 부족한 서민과 취약차주층의 피해 급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금융권 대출 증가세를 급히 틀어막으면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자, 금융사들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문턱을 높였다. 2금융권의 대출에서도 밀려난 이들은 기타 사금융이용이나 최고 금리 상품의 문이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 증폭에 불안감이 커진 2금융권은 당국 눈치보기와 '건전성 뇌관' 잠재우기라는 숙제가 생겼다.




당국의 충실한 목표의식에 의해 2금융권 대출문까지 막히게 된다면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층의 고통은 향후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가 최대 9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적지 않은 서민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국은 최근 꺾인 은행권의 가계대출 기세를 확인했음에도 2금융권에 대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50%인 2금융권 DSR 한도를 1금융권(40%)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금융권 대출마저 급격히 조여져 취약차주들의 급전창구 감소가 현실화되면 이들의 제도권 금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의 자금줄을 막지 않게 함으로써 정부의 목표의식이 엄한 곳에 휘둘리는 칼이 되지 않도록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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