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개편안 2R] ‘순이익 의존도 91.6%’ 밥캣 없는 에너빌리티 독자 성공 시험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2 14:38

두산그룹 신규 개편안, 구조는 지난번과 유사

합병비율 논란 별도로 에너빌리티 실적 우려

두산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왼쪽부터)가 Q&A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시 추진되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발 이유 중 하나는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넘겨준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면 두산그룹에서는 에너빌리티의 독자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 측면에서 억눌려왔던 원전 생태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만큼 향후 에너빌리티 자체의 매출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밥캣을 넘겨주고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쥔다면 신규 설비 투자를 통해 에너빌리티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산업권에 따르면 새로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반대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합병 비율에 대한 정보를 시장 관계자들에게 밝히며 신규 개편안을 공식화했다.



두산그룹이 공개한 개편안은 기본적으로 지난 7월 발표한 내용과 유사하다. 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산그룹이 이번에 공개한 새 합병 비율은 기존보다 소액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됐다. 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게 되는 구조다.




◇캐시카우 밥캣 없으면 에너빌리티 실적 악화 불가피 지적

새로운 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 역시 적지 않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와 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다른 관점의 지적도 나온다. 밥캣을 로보틱스에 넘겨준 에너빌리티가 과연 이전만큼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에너빌리티의 매출은 17조58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에너빌리티의 고유 사업인 원자력 및 화력 등 발전설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밥캣 및 그 자회사가 거둬들인 매출은 9조7589억원으로 집계됐다. 밥캣의 매출이 에너빌리티 전체 매출의 55.48%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뿐 아니라 최근 3년 동안 밥캣의 에너빌리티 전체 매출 기여도는 54.6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성을 살펴보면 밥캣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밥캣의 최근 3년 동안 평균 순이익은 6505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에너빌리티 평균 순이익인 7101억원의 91.61%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밥캣의 순이익이 9215억원으로 에너빌리티의 순이익 5175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만약 밥캣이 없었더라면 에너빌리티는 4040억원 적자가 발생했을 테지만 밥캣 덕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밥캣을 넘겨준다면 에너빌리티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산그룹 “원전 생태계 회복 중···독자 실적 개선될 것"

다만 두산그룹은 그동안 눌려있던 원전 생태계로 인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익창출력이 잠시 주춤했던 것이라 독자적으로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전 정부 시기 대체 에너지 개발을 명분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추고 신규 원전에 대한 발주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 원전 기술을 보유한 에너빌리티는 장기간 암흑기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 원전 생태계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유럽 등에선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며 에너빌리티 고유의 사업 기회가 열렸다. 이미 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체코원전 1기, 해외원전 2기(폴란드) 등을 수주하며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도 체코원전 2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에너빌리티는 밥캣을 넘겨주고 대규모 현금을 충당해 원전 관련 설비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역량에 덧붙여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상현 에너빌리티 사장은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소통 부족으로 (주주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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