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매물 나왔지만...호실적에 지분인수 결정
한화금융계열사, ‘김동원’ 생명으로 교통정리
디지털 시너지...영업망-고객 기반 확대 유리
킥스비율 소폭 하락 “우려할 수준 아냐”
한화생명이 한화글로벌에셋으로부터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하며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화생명이 아닌 한화솔루션 산하에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그룹의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모두 한화생명 계열로 일원화하게 됐다.
한화 금융계열사는 한화저축은행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영업망이나 고객군을 공유해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은 업권 특성상 각종 규제로 인해 영업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한화솔루션 산하에 있던 때와 비교하면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가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저축은행, 한화생명 품으로...지분정리 퍼즐 완성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한화글로벌에셋으로부터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한다. 한화저축은행 주식 6160만주를 178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중에는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저축은행의 기존 최대주주인 한화글로벌에셋은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화저축은행만 홀로 기초소재, 신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한화솔루션 손자회사로 편입돼 있었다. 그럼에도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금융복합기업집단에 포함돼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규제를 받았다.
그러나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분정리 마지막 퍼즐인 한화저축은행이 한화생명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배구조가 간결해졌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에너지와 방산을,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과 호텔을 맡고 있었다. 실제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자산운용은 2019년 한화투자증권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화자산운용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한화저축은행처럼 기존 한화글로벌에셋(구 한화첨단소재)이 최대주주였는데, 한화생명 계열로 편입된 것이다.
한화저축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지분정리를 위해 매각 등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와 달리 한화 금융계열사는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두지 않은 탓에 은행과 저축은행 간에 연계영업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한화저축은행이 한화 금융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여수신 기능을 갖추고 있고, 실적이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것이 확인된 만큼 결국 한화생명의 자회사 편입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79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총 3804억원의 순손실을 낸 와중에도 한화저축은행은 4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50%로 금융감독원 감독규정(자산 1조원 이상 8%, 자산 1조원 미만 7%)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한화금융계열사 디지털 등 시너지...킥스비율 영향 '제한적'
한화생명은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과 디지털, 고객 기반 확대, 영업망 확장 등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등 규제가 많아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존 한화솔루션 계열사로 소속돼 있을때보다 건전성 관리나 시너지 창출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증권이 손잡고 우량 부동산 PF 사업장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헷지(위험 회피)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화저축은행은 지배구조 특성상 영업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화생명의) 유상증자, 영업망 공유 측면에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 인수로 가용자본 대비 요구자본이 더 크게 늘면서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킥스비율은 6월 말 현재 162.8%로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상)를 상회한다. 다만 요구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가용자본도 증가하는 구조이고, 한화생명의 자본관리역량을 고려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화생명 측은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는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일원화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킥스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