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내년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같은 낙관론에 찬물이 끼얹힐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이 251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8% 증가해 시장 예상치(253억7000만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영업이익은 54% 늘어난 27억1700만달러를 기록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고 영업이익률 또한 10.8%로 3.2%포인트 높아졌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주당순이익(EPS)은 0.72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58달러를 훌쩍 뛰어넘게 됐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판매량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내년의 대략적인 추정치를 제시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더 낮은 가격의 차량과 자율주행의 도래로 20∼30%의 차량 (판매)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테슬라에 대해 최악은 지나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막대한 마진과 긍정적인 전망에 힘입은 테슬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큰 발걸음을 내뎠다"고 밝혔다.
디프워터 자산관리의 진 먼스트 매니징 파트너도 “장기 투자자들이 황금 당근을 챙긴 셈"이라고 했다.
이처럼 테슬라가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전기차 시장도 이에 힘입어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점쳐지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사기라고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폐기되거나 대폭 축소될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히 전기차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최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유세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는 공약을 되풀이했다.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선 “전기차는 훌륭하고 일론 머스크는 환상적이다"라고 말하면서도 “100% 전기차로 갈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현재 안팔리는 전기차가 수십만대에 이르지만 자동차 기업들은 불평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동차 및 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전기차 관련 정책들이 바뀔 수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과 기업들이 입게될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7500달러를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IRA 정책을 건드려도 주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주는 17곳에 달한다고 짚었다.
또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IRA에 따른 수혜를 많이 누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IRA 정책 축소·폐기는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거론됐다. 실제 지난 8월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IRA 폐지에 반대하는 공동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책 컨설팅업체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의 닉 니그로 창립자는 “이 시점에서 (전기차)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전기차 속도조절을 나서는 일부 기업들에게 수익이 단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선소 업체 차지포인트 홀딩스의 릭 윌머 CEO는 이번 대선 결과가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작은 장애물을 접하거나 작은 가속 장치를 만나는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