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큐셀 인수 재추진…46% 확보해 최대주주 예정
인수 자금 여력 충분하지만 상폐 가능성은 잔존
실적 외면한 확장에 휴림로봇 주가도 우려
휴림로봇이 한 차례 철회했던 이큐셀 인수를 다시 결정했다. 당시 이큐셀의 상장폐지 결정에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인수를 중단했던 휴림로봇은 이번에 유상증자·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하지만 이큐셀의 상폐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휴림로봇의 실적개선·주가회복도 요원해 우려를 낳고 있다.
29일 코스닥 상장사 이큐셀은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최대주주 변경을 동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이큐셀 최대주주는 이아이디에서 휴림로봇으로 변경된다.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결정을 철회한 지 약 세달 만의 일이다.
앞서 지난 7월에도 휴림로봇은 이큐셀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4년째 거래 정지 중인 이큐셀에 인수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휴림로봇의 주가가 계속 하락세인 와중에 이큐셀 인수 자금을 위해 유증·전환사채(CB) 발행을 실시했기에 주가 희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한국거래소가 이큐셀의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휴림로봇은 인수 의사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휴림로봇은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인수결정을 철회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수개월이 지나 휴림로봇이 재차 이큐셀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우선 23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이큐셀 지분 34.65%를 확보한다. 이후 이아이디·이화전기 측에 73억8000만원을 지급해 11.37%를 인수, 총 46.02%로 이큐셀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잔금지급일은 11월 12일이며 당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휴림로봇이 지정한 인물이 이사로 선임된다.
우선 인수 여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큐셀 최초 인수결정 당시 확보한 금액이 여전히 남았기 때문이다. 당시 휴림로봇은 주주배정 일반 공모 유상증자로 597억원, 15회차 CB 발행으로 150억원을 확보했다. 상반기 말 기준 휴림로봇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도 22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큐셀의 '상폐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큐셀은 지난 7월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직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 아직까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향후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증시에서 내려갈 가능성이 남았다는 의미다. 이큐셀이 관리종목인 만큼 이번 주식양수도계약 역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하나, 아직 상폐절차가 보류돼 있어 이조차도 뒤로 밀린 상황이다.
휴림로봇 역시 본업을 외면한 채 문어발식 확장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있다. 상반기 말 기준 휴림로봇의 부채비율(25.6%)은 매우 낮고 유동비율도 172%에 달해 일견 재무상태가 건전해 보인다. 그러나 벌써 수년째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11억원)도 지속 중이다.
'좀비기업'의 정의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채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기업임을 감안하면 휴림로봇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계속되는 적자에 쌓인 결손금만 724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라임트리, 에이치엘파트너즈, 휴림에이엠씨 등도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자금 조달에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월 장중 최고 4107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이달 23일 1073원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반등해 1200원대까지 올랐으나 추세가 돌아서지 않는 한 곧 동전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관해 에너지경제신문은 휴림로봇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