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바꾸고 차기 행장도 ‘안갯속’...우리금융지주에 무슨 일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04 16:36

연말까지 기업대출 감축시 KPI 가점 부여
우리은행장 “밸류업 계획 완수...자산 감축”

4대 금융지주 중 CET1 비율 가장 낮아
금감원장, 외형확장 경계 발언도 부담

조병규 행장 거취 결정 미정
금융당국 의중 파악 ‘분주’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쉼 없이 달리던 우리은행이 돌연 기업대출 잔액 감축시 핵심성과지표(KPI) 가점을 주겠다는 강수를 뒀다. 이러한 방침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주문하면서도, 기업대출의 경우 개인사업자·소상공인들의 경영난 등을 우려해 금융지원을 적극 독려한 것과 배치된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밸류업 약속 이행,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 기업대출 잔액을 감축하면 KPI 가점을 부여하고, 기업대출 대출 잔액 평가기간을 10월 말로 마감한다. 11월과 12월의 기업대출 대출잔액을 KPI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말까지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을 일시 중단해 영업점 차원의 우대금리도 중단하기로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급변으로 인해 전략 방향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미국 대선, 중동 전쟁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맞추면서 밸류업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대출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자산의 리밸런싱과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한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치는 이례적이다. 통상 은행권은 연초에 세운 경영전략을 불가피하게 수정할 때, 경영전략회의 등 연중 행사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업을 강화하는 식의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다.


게다가 기업대출은 대기업대출, 중소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을 망라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특별한 지침 없이 대출을 줄였다가는 향후 거래 기업 간에 신뢰는 물론 외환거래 등 부수거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도 기업대출에는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은 것은 자칫하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관리가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의 자금 지원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감축을 이례적으로 선언한 것은 자본비율을 관리해 내년 중 보통주자본비율(CET1) 12.5%를 조기에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지주의 9월 말 기준 CET1 비율은 12%로 KB금융지주(13.85%), 하나금융지주(13.17%), 신한금융지주(13.13%)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의 외형확장을 경계하고 있는 점은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행들은 우리금융처럼 CET1 비율 달성, 주주환원 계획 이행을 위해 기업대출을 줄여야 할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 이사진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 결정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 관련 금융당국이 겨냥하는 인물이 조병규 행장인지 확실치 않은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조병규 행장을 새 행장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화살이 임 회장을 향한다면 금융당국과 우리금융 간에 갈등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조 행장 거취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뀐 건 아닌 것 같다"며 “이달 중순이 지나면 윤곽이 잡히지 않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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