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0%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등 공약에 현실화되면 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연준이 11월 FOMC에선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이 98.1%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작년 동기대비 2.1% 오른 것으로 나타난 데다 최근 발표된 10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이달 금리 인하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 FOMC부터 연준이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연준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당시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추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또 내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4% 수준에 달할 것을 예상했다. 9월 빅컷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말까지 6차례에 걸쳐 25bp씩, 총 1.5%포인트 인하될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자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가 예고한 감세 및 관세 정책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기업 감세는 경제성장 촉진, 관세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시장에도 이를 반영하는듯, 6일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16.4bp 높은 4.431%로 뛰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68%로 9.2bp 치솟았다. 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0.1%포인트 오른 2.4%를 나타냈다. 또 페드워치에선 다음달 금리동결 가능성이 선거 후 하루만에 22.0%에서 29.5%로 7%포인트 올랐고 내년 6월 미국 기준금리가 3.5~3.75%에 될 확률은 22.1%에서 15.7%로 7%포인트 가까이떨어졌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영향력은 목요일(7일)에 없고 12월엔 미미할 것"이라며 “12월 이후부터 흥미로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어떤 정책들이 어떤 순서로 시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향후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라홀딩스의 데이비드 세이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집권 2기때 내년 인플레이션이 75bp 더 높을 수 있며 내년 금리인하 횟수 전망치를 1회로 대선 전(4회) 대비 크게 낮췄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정책들은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연준은 시행이 된 후에야 대응할 수 있다"며 “그들(연준)은 정책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에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8월 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기 재임 기간에도 내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만약 정치권력이 통화정책에 관여하게 되면 단기적인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유인이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