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던 지점 어디갔지?”...은행권, 영업점 또 합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0 15:58

‘전국 점포 1위’ 농협은행
다음달 38개 지점 통합

우리銀, 내년 초 영업점 5곳 합치기로
신한銀 영업점 8곳 통합·대형화 결정

인력 효율적 운영-종합금융서비스 구상
고객 불편 우려...시니어 특화점포 등 고심

은행 창구 모습.

▲은행 창구 모습.

주요 시중은행들이 근거리에 있는 영업점을 합쳐 대형화하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나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전체 인구 가운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에 익숙하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많아 영업점을 통합하면 취약계층이나 고령층의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은행권은 이용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 식으로 대안책을 마련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달 총 38개 지점을 통합한다. 12월 13일에는 광주 문화전당지점을 금남로지점과 통합하고, 31일에는 부천신흥지점을 원미동지점에 합칠 예정이다. 강릉동부지점은 강릉교동지점과, 충북 제천지점은 충북제천시지부와 통합한다. 전남 남순천지점은 순천금융센터와, 경북 구미남통지점은 구미중앙지점과 통합한다. NH농협은행은 올해 7월에도 전북 전주 태평동지점을 폐쇄하고, 전북완주시군지부와 통합한 데 이어 10월에는 경기 권선동지점과 남수원지점을 통합했다.



NH농협은행은 9월 말 현재 지점, 출장소를 합해 1102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전국 13개 은행이 총 5122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NH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2위인 KB국민은행(800곳)보다도 무려 300개가 많다.


농협은행은 농업, 농촌 지원을 위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원, 제주, 경상북도 등 지방에도 다른 은행에 비해 다수의 점포와 출장소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근 영업점을 대형화, 효율화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근거리에 위치한 영업점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은행 측은 “미래핵심사업인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의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인력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근거리에 있는 영업점을 효율화해 더욱 양질의 대고객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타행들도 영업점을 대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6일 서울, 경기, 대전에 위치한 영업점 4곳과 출장소 1곳을 인근 영업점에 통합하기로 했다. 남가좌동지점은 북가좌동지점에 통합되고, 대전북지점은 유성금융센터에 흡수된다. 판교제2테크노밸리 출장소는 판교테크노밸리 금융센터에 통합된다.


실물카드 없이 QR코드로 ATM 입출금 가능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명령휴가제를 시행 중인 점도 은행권의 영업점 대형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시내 ATM의 모습.

신한은행은 다음달 9일 영업점 8곳을 인근 영업점으로 통합해 대형화한다. 양재동기업금융1센터와 양재동기업금융2센터를 합쳐 양재동금융센터로, 안산스마트기업금융1센터와 2센터는 안산스마트센터로 통합된다. 신한은행은 기존 리테일과 기업금융 점포를 나눠서 운영했지만, 고객들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점포를 합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명령휴가제를 시행 중인 점도 은행권의 영업점 대형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명령휴가제란 사고위험 직무를 수행 중인 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대직자가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점검하는 제도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영업점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지점의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근 영업점을 합치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영업점을 폐쇄할 경우 고령층이나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화점포를 개설하거나, 중소기업, 고액자산가 등 고객 유형이나 지역에 맞도록 점포를 세분화해서 운영하는 식이다. 나아가 은행권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영업점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신한은행은 이달 18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를 오픈했다. AI 브랜치는 AI 은행원이 창구 안내, 계좌 및 체크카드 신규, 외화환전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기기 조작이 익숙지 않거나 조작을 어려워하는 금융취약계층 고객들도 쉽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5월부터 점포폐쇄 공동절차가 시행되면서 점포를 폐쇄시에는 사전에 공지하고, 대체점포를 마련하는 등 과거보다 영업점 폐쇄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며 “은행들은 점포 수는 유지하면서도 점포의 크기, 인력, 규모는 경량화하거나 디지털 점포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