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두고 여야간 유예-강행 의견 차
소식 알려지자 국회 청원 12시간여만에 ‘3만명’
해외에서도 찬반 나뉜 가운데 美 내년 폐지여부 주목
'금투세'에 이어 '코인 과세' 논란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2년 유예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예정대로 내년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코인 과세 제도가 저마다 다른 가운데 미국은 내년 과세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국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여당과 야당 간 과세 유예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를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련된 과세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 연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미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확립된 조항이었지만 강력한 여론의 반대에 밀려 두 차례 유예, 현재에 이르렀다.
이미 정부·여당은 올 7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2027년으로 2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한 야당 측은 과세 유예안을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와는 달리 코인 과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강행하고 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판단과는 달리 코인 과세 추진을 감지한 민심은 빠르게 비토에 나서고 있다. 전날 밤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코인 과세 유예 요청 청원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3만5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오는 19일까지 동의 인원 5만명을 달성할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 안건이 넘겨진다. 이와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측에 직접 항의 전화를 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국회 청원인은 “금투세와 코인 과세 유예는 하나의 세트다. 둘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기에 한쪽이 폐지되거나 유예되면 당연히 다른 한 쪽도 똑같이 따라가야 한다"며 “같은 투자인데 한쪽은 과세, 한쪽은 폐지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코인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일부 금융 선진국이 이미 과세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로 인한 수익을 '잡소득'으로 분류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며, 최대 55%까지 부과될 수 있다. 영국 역시 코인에 의한 이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코인 과세를 사실상 시행하지 않는 나라들도 상당수다. 독일의 경우 가상화폐 보유기간 1년이 넘은 후 매도할 경우 해당 이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싱가폴은 기업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나 개인의 코인 거래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아예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도 코인 투자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글로벌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선도하는 미국의 경우 현재는 코인 거래로 인한 이익에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친 가상자산 기조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정부 출범 후 코인 과세안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은 가상자산 비과세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상임부회장은 “소득있는 곳에 과세가 뒤따르는 원칙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다만 과세 중립성 및 형펑성 등 원칙 등이 제대로 기능해야 저항없이 관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필수적으로 수반되야할 원칙들이 잘 반영돼 있는지, 녹아들어있는지 봐야하며 이는 단순히 무기한 연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세수 재원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선 수반되야할 원칙 준수를 위한 합리적 안이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