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미 달러화가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기 시작한 만큼 달러화가 이미 고점을 찍어 '트럼프 트레이드'가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시 15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106.51을 보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관세와 기업 감세 공약을 내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지난달부터 다시 부각되면서 10월에만 3.2% 올랐고 선거일 다음날인 6일부터 지금까지 3% 가량 추가로 상승한 상황이다. 지난 14일엔 최고 107.06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7선을 돌파했으나 하락 그 직후 전환했다. 전날엔 반등을 시도했지만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선거 결과에 힘입은 강세론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달러에 대한 매수·매도 양방향 흐름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기술적 지표상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 전망에 대한 신중론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앤토니 포스터 주요 10개국(G10) 현물 트레이딩 총괄은 “선거 이후 나타난 강달러 흐름이 확실히 더 불확실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지표상 달러가 과매도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JP모건체이스의 니라즈 아타블은 지난 15일부터 신흥국 환율 리스크 선호 지표에서 달러 매도 신호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주요국 통화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견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달러 약세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 14일 달러당 1.0496유로까지 급락했지만 그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1.05달러선에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 엔화와 비해서도 달러 강세가 크게 제한되는 모습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나고야에서 열린 경제단체 대상 강연에서 12월 회의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았음에도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8% 하락한 달러당 155엔을 보이고 있다. 엔호 환율은 지난 15일 달러당 156.74엔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와 과련, 포스터는 “유로 환율에 대한 투자 심리는 혼조돼 있다"며 “일부는 패리티(1달러=1유로) 붕괴를 거론하지만 나머지는 지금이 저점 매수 적기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엔화 환율에 대해서도 매수·매도 양방향 흐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 의식한듯 헤지펀드들도 달러화가 유로화, 엔화, 역외 위안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란 베팅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타블은 “지난 한 주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달러에 대한 순매도 움직임이 있었다"며 “자산운용사들은 달러에 대해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헤지펀드들의 매도로 상쇄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 달러 가치가 내년에 3%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달러화 가치가 올 연말까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년엔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넥스의 헬렌 기븐 외환 트레이더는 “차기 행정부의 내수중심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과열되고 무역 정책은 달러에 상방 압박을 일부 가할 것"이라며 “정책들이 시행되지 않거나 실패하면 하락할 위험이 있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