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다시 보는 ‘조직화된 무책임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7 10:58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지난달 게재된 필자의 졸고 '에너지 정책 기조 강화를 위해...(조직화된 무책임성)부터 벗어나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조직화된 무책임성'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새로운 기고 준비과정에서 지난달 졸고 내용을 다시 학습할 필요성이 새롭다. 그 주된 이유는 '아제르바이잔' 수도인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 29)의 최종 합의 내용 때문이다. 많은 '조직화된 무책임성' 관련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선-후진국 간의 이해 다툼과 미래 세대로의 책임 미루기 경쟁은 더욱 심화 되고 구조화되었다. 에너지 부문과 지구환경 대응 정책 '프레임'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유례없이 같은 '이슈'로 두 번째 졸고를 준비하는 데에 이르렀다.




COP29에서는 공식 폐막일인 22일(현지시간)까지도 핵심 의제인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합의도출에 실패하는 진통을 겪었다. 밤샘 협상 끝에 약 200개 국가들은 기후 위기 취약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최소) 3000억 달러(약 421조원)를 제공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머지 재원은 민간 자본의 유치, 국제 금융기관의 기여, 주요 신흥국의 기여를 통해 충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번 선진국 약속은 구속력 조항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진국들의 약속은 파리협약의 자발적 공여 규모와 비교해 3배 수준이나 개도국들은 불만이다. 당초 개도국들은 역사적 책임을 생각하면 선진국들이 최소 연간 5000억 달러(약 702조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역시 불만이 크다. 그들은 재원 부담 증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중국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와 산유국, 그리고 신흥경제국들도 같이 부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활동 등을 돕기 위한 신규재원 조성 규모와 방법, 그리고 기여 범위를 놓고 선진국-개도국 그룹 간의 이견과 갈등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다.


반면 이번 회의에서 성과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에 대한 합의이다. 탄소배출권은 국가나 기업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가 산림 보호,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통해 절감한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권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2015년 파리협정 제6조를 통해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10년 가까이 이를 위한 세부 이행 지침을 확정 짓지 못해 휴면 상태를 유지해 왔다. 크게 알려지지 않으나 중요한 합의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여러 COP 관련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글로벌 차원 국가경쟁력과 국익증대를 위해서는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얼마나 빨리 경제성 있게 실용화하는냐에 달려 있다는 오래된 에너지 경제학의 해결과제에 천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에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이(異)종 에너지 산업간 M&A 전략추진이 필수적이다. 미래 선진 에너지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석유-가스, 가스-전력 등 서로 다른 에너지 산업간 결합과 융합이 다. 어떠한 거대 기업이라도 비용 절감 없이는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자산의 크기보다 재무적 건전성이 기업 미래를 결정한다. 따라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건전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단일 에너지 제품/서비스 제공 시대가 끝나고 종합 에너지산업 시대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 마디로 영역독점 형태의 에너지산업 시대는 끝나고 있다.


여기에다 필자는 본고 작성과정에서 새로운 우리나라 고유의 '조직화된 무책임성'을 발견하였다. 이번 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 기사 내용이다. 'Which countries have the most-educated politicians?'이라는 기사에서, 놀랍게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 선출직 정치인의 1/3이 박사학위(PhD) 소지자이란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세계 최상위 수준인가? 대답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명확한 대답을 꺼린다.'라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는 문구로 대신한다. 가장 지적 수준이 높다는(?) 우리 정치인들이 자신들 만의 이익을 위해 일반 국민복지와 국리민복 고양 의무를 어긴 사례는 우리 정치 질곡(桎梏)의 근원이다. 자기들만의 '리그'를 조직하고, 이익 배분 구조를 장기 운영해온 것은 역대 정치 '딜레마'이자 주된 비판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網) 개편에다 새로운 COP 체제와 탄소배출권 거래질서가 도래한 지금도 정치권은 자기 이익보전과 확대에 몰두하여 에너지 시장변화에 소흘 할 것 같다. 70년대 석유파동보다 더욱 구조적이고 오래갈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환경여건에서 엉뚱한 정책으로 국리민복을 저해할까 두렵다. 한 마디로 국민을 배신한 정치권의 '조직화 된 무책임성'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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