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설마 했던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제45대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시대를 사람들은 '트럼프 2.0'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고, 내각 역시 트럼프에게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임기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며 트럼프가 주장해온 정책들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가 우려하던 여러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낳고 있다. 트럼프 1기가 국내외적인 저항으로 인해 의도한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이미 한국 경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어 한국의 수출 중심 산업, 특히 반도체와 전자제품 부문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혔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며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은 한국 제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겼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그리고 트럼프주의(Trumpism)를 신봉하는 내각 구성을 통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복합적이고 강력한 변수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폐지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 투자(FDI)와 관련된 기대 수익을 불확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 재무부가 한국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환율을 유리하게 조정하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환율 조작 정황이 포착될 경우, 해당 국가는 대미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의 무역 및 재정정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층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관세정책의 효과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Fed)은 통화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의 약세를 초래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수입물가 상승, 외채 부담 증가, 그리고 해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된다.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에 대한 민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특히 민감하며, 트럼프 2.0 행정부의 대중국 및 대북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리스크가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대중국 무역 분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환경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 중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대북정책 역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시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협상이 미국과 북한 중심의 외교로 진행될 경우, 우리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경제는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내부 갈등이라는 무거운 닻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분열은 우리가 직면한 외부 위기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등으로 사회가 사분오열된 가운데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사회의 구심점을 강화하고 하나로 결속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국지적 분쟁, 글로벌 공급망의 와해,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 등과 기술 격차 축소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내부 분열로 인해 대응력을 잃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각계각층의 리더와 국민 모두가 각성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고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고개를 들어 세계로 시선을 돌릴 시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