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현장 간담회
금투세 논란 이후 투자자 민심 달래기 나선 듯
“지금은 공직에 있지만 언젠가 증시에 돌아갈 휴면개미입니다. 그때까지 증시에 공정성이 확립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금투세'를 둘러싼 여러가지 논란으로 투자자와 증권업계의 민심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금투세 폐지로 입장이 선회한 더불어민주당은 새롭게 '상법 개정' 카드를 앞세워 민심 회복에 나선 모양새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는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간담회가 개최됐다. 먼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지현 한국거래소 본부장보 등 증권업계 인사가 증시와 밸류업 정책의 현황을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지난 17년간 25% 상승에 그쳤다며, 낮은 자본 효율성과 지배주주의 편향적 지배구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대로, 글로벌 주요국 대비 낮다"며 과도한 공급과 기관투자가의 역할 약화를 증시 부진의 구조적 약점으로 들었다.
정 본부장보는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원 방안을 통해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섰지만 기업 인식 개선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를 유도하고자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2024년 1분기에는 우수기업 평가기준을 제정할 예정이다.
“불공정하고 불확실한 韓증시, 투자자들이 안타깝다"
이재명 대표는 “거래소 측이 현재 여건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잘 하는 것 같다"면서도 “한국 내 주식 투자자가 현재 1400만명을 넘었다고 하는데, 최근 많은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실망해 해외로 옮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의 침체 원인을 △경제정책 부재 △불공정한 시장 △지배권 남용 △안보 위기 등 네 가지로 지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및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결국 우리 주식시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그 수익을 누군가가 불법적·불공정·불합리하게 독차지 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주식 투자는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증시 상황이 좋더라도 불공정하고 불확실하다면 투자활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주가조작 문제가 언급됐다. 이 대표는 직접 자신의 핸드폰으로 삼부토건의 주가 차트를 보이며 “1000원대 초반이었던 주가가 단기간에 5.5배가 올랐다"며 “증권거래소가 이렇게 수상한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감시권한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장기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작전주가 너무 많은데 누군가 이익을 본 만큼 누군가는 평생 가슴을 두드리며 살아야 한다"며 “이런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되며, 삼부토건에 대해서도 상설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상법 조항 개정을 채택한 상태다. 최근 두산그룹의 구조개편안을 두고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현행 상법 제382조의3에서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으로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의 이정문 의원이 이달 19일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 중 하나다.
“이번 정기 국회 내 상법 개정…정부 여당에 맡길 수 없어"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상법 개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포괄적인 자본시장법 개정과 이사회 충실 의무 강화를 포함한 개혁안 추진을 예고했다.
그는 “저 역시 소형주 투자로 '깡통'을 차보기도 하고, IMF 이후 우량주 장기투자로 성과를 내보기도 했다"며 “요즘은 (지배주주의 일방적인)물적분할 등으로 과거보다 더 개인 투자자의 상황이 안좋은 것 같은데, 언젠가 국장에 돌아갈 때까지 증시 정상화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날선 비판도 잊지 않았다. 본래 지배주주의 충실의무와 관련한 상법 개정에 긍정적이었던 정부·여당은 현재 비판 측으로 선회한 상태다. 외국 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및 경영권 분쟁 소송의 남발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대안으로 자본시장법의 일부 '핀셋 개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언급도 나왔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을 미뤄온 데다, 자본시장법 개정도 논의가 끝없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만일 정부·여당이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면 상법 개정을 양보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99.9999%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 국회에서 상법개정을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도 “상법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최소 필요조건"이라고 공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가상자산 과세, 상속세·배당소득세에 관한 질문도 나왔으나 이 대표는 “이번 간담회 주제와 관계 없는 이야기"라며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