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어책’ 주목받는 증시 밸류업…“인도는 성공, 한국은 인상적이지 않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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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가치 제고,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선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대비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와 당국은 올해 일본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일본의 구조 개혁 프로그램을 모방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각국의 이니셔티브는 다양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밸류업'으로 통한다"고 보도했다. 고관세를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자 밸류업 정책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새트 두흐라 펀드 매니저는 “현재 아시아에서 5개의 좋은 테마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기업 개혁이라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로베코에서 아시아 주식을 담당하는 비키 치 자산운영사는 “투자자들이 밸류업 부분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거시경제에 관련한 이야기가 다 끝나면 기업들의 실적발표와 주주환원 수익률 등이 다음 의제로 오른다"고 말했다.


밸류업 정책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가 10년 전부터 도입했다. 초기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 2022년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업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라고 압박하자 분위기가 달라졌고 그 결과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올 3월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한국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정책을 모방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난 2월 발표했고 중국 정부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이달 발표했다. 인도 정부는 국영기업들을 상대로 기업개혁에 나섰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도 이와 비슷한 정책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일본을 모방한 밸류업의 성공 사례로 인도를 지목했다. 인도 국영기업들은 만성적인 비효율성과 공갈적인 관료주의로 악명이 높았던 만큼 오랜 기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지난 2019년부터 국영기업들의 기업개혁에 나서자 지난 3년 동안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지수가 인도 벤치마크 지수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배당금이 늘어났고 수익성 또한 확대된 영향이다.




영국 자산운영사 에버딘의 크리스티 퐁 선임 투자책임은 “인도 정부가 부패 문제 해결, 지배구조 개선, 친(親) 기업 등에 중점을 둔 것을 목격했다"며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교훈삼아 많은 변화를 거쳤다"고 말했다.


반대로 현재까지 한국 밸류업의 결과는 인상적이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당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한국 코스피 지수는 올들어 7%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역시 현재까지 5%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두흐라 매니저는 “일부 시장에선 밸류업이 통하는 반면 정책 도입에도 자금 유입이 안되는 곳도 있다"며 밸류업 성과가 부진한 배경엔 지푸라기라고 잡으려 하려는 심정으로 도입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증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조하다는 이유로 그들(정부)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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