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스트레스·업무과다는 성욕감퇴 유발
비흡연자보다 흡연자 발기부전 위험 3배 높아
동지섣달 긴긴밤이 시작됐다. 최근 내원한 30대 중반 직장여성 A씨는 결혼 3년차에 아이도 아직 없고, 신혼이라면 신혼이랄 처지에 전에 없이 성욕이 저하돼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임신으로 몸매가 망가진 것도 아니고, 육아로 방해받을 일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런지 당황스럽다며 '신혼이 지나면 남들도 다 이런 것인지'라고 물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A씨는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를 멋지게 해내겠다는 욕심에 '일중독'에 걸린 것처럼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격무와 스트레스로 피곤해 죽겠는데 밤에는 불면증으로 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밤에 잠을 못 자니 낮에는 머리가 띵하고 눈도 아프다.
남편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A씨는 부부관계가 짜증나고 귀찮기만 하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성욕을 되돌려 남편과 밤을 잘 보내고 푹 자고 싶다고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한다. 음식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고 살 수 없듯 성욕도 하찮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욕구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한 가지가 충족되지 못할 때 다른 것도 불만족스러워진다. 섹스를 중단한다고 음식이나 수면을 중단했을 때 생기는 생명활동 징후의 심각한 후유증은 없기에 성욕은 종종 무시되고 후순위로 밀린다.
스트레스와 과다한 업무는 원만한 성생활을 방해한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은 수면부족, 불면증, 수면장애 등을 야기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성욕을 감퇴시킨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잘 풀고 정상적 수면리듬을 회복했는데도 성욕이 없다면 비뇨기과 진료를 받아 신체적으로 무슨 원인이 작용한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욕 감퇴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는 흡연이다. 담배연기의 폐해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남성 발기부전의 직접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오래전에 나와 있다.
40대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다 끊었거나 전혀 피우지 않은 40대보다 발기부전 위험이 거의 3배나 높다. 흡연이 발기부전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니코틴이 혈관을 손상시켜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도 정상적인 성반응이 나타나려면 음핵과 외음부 및 질로 이동하는 혈류량이 잘 증가해야 하는데, 흡연으로 이런 혈류의 통행에 장애가 생기니 자연히 성감이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계 중 요실금' 또한 성욕감퇴 차원을 넘어 성생활 자체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년여성의 40%가 앓고 있는 요실금은 여성 생활 전반의 질 저하뿐 아니라 성생활의 저해요소가 된다. 기침, 재채기 때 요실금을 평소 경험했던 여성 중 상당수가 관계 중 소변을 지리는 것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점점 성행위를 기피하게 되고, 관계 중에도 소변이 샐까 봐 전전긍긍하며 몰입하지 못한다. 자신감 소실과 수치감이 부부관계를 소원하게 하거나 대인관계의 장애로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