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감축안’ 국가 간 대립으로 선언적 합의조차 이끌지 못해
“개최국으로서 국제 리더십 보여줄 기회였으나, 제대로 수행 못해”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 국제적 책임 다하고 적극 리더십 보여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아무런 성과도 건지지 못한 채 폐막했다. 결과에 따라 '제2의 파리협정'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은 올해 최대의 환경분야 국제 회의였는데, 우리 정부는 전 세계 177개국을 초청하고도 선언적 합의안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환경단체들은 개최국으로서 우리 정부의 리더십이 상당히 부족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막판까지 소수 국가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선언적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5 의장은 “부산 협상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주요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협상 지속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위는 내년에 추가 회의를 열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NC-5에는 전 세계 177개국 대표와 440여개 단체에서 3800명이 넘는 환경분야 최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탄소중립 체제의 시작이 된 '제2의 파리기후협정'이 될 수도 있다며 전 세계가 회의 결과를 주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마지 못해 나오는 선언적 합의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처음부터 난항이 예상되긴 했다. 가장 큰 쟁점인 화석연료에서 추출된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안을 놓고 한국, 미국, 유럽연합, 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대응을 위해 생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은 “생산 규제 조항은 협상에서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못 박으며 맞섰다.
결국엔 양측의 주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나고 만 것이다.
우리 정부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으며, 기존 70장이 넘던 협약 문안도 20여장으로 축소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생산 감축이 포함되지 않는 협약은 무의미하다"는 도서국의 주장대로 최대 쟁점 사안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 대한 점수는 낮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개최국인 우리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각각 수석대표와 교체 수석대표로 참석했지만, 김 장관만 회의 초반부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 우리 정부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총장은 “한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플라스틱 감축의 목소리를 냈지만 전혀 진전된 정책들이 없는 것을 보아 립서비스로 보여진다"며 “외교부 장관이 대표였는데 다른 회의 일정으로 환경부 장관으로 (대표가)바뀐 것도 무성의한 접근이었다. 한국 정부의 이렇게 뒷전이고 무관심한 것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음 회의에서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한 성명에서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였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명확하고 야심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는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