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진에어’ 출범 코앞인데, 부·울·경 “지역 존치” 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2 15:51

부·울·경 에어부산 지분 ‘16%’ 수준으로 의결권 행사에서 밀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통합 LCC 허브, 인천공항”… 수도권 유력

이병태 교수 “기업 존재이유 고려… 정치적 논리 휘둘리면 안돼”

토잉카에 견인되는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국토교통부 항공정보기술시스템(ATIS) 제공

▲토잉카에 견인되는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국토교통부 항공정보기술시스템(ATIS) 제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하며 두 회사의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통합도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부산·울산·경남 지역 사회가 “에어부산은 향토 기업"이라며 현 상태 그대로 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을 벗어나게 되면 업무·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부산상공회의소는 전날 “지역 거점 항공사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 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어 “지난 4년 간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기간은 부산으로선 거점 항공사를 존치토록 해 지역 기업 자산을 지키려는 한결같은 염원의 시간이었다"면서 “하지만 에어부산을 지키려는 바람은 한국산업은행·국토교통부·대한항공의 무관심과 무성의한 대응으로 철저히 외면됐다"고 했다.



아울러 “에어부산은 부산 기업·시민들의 손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자산인데, 이를 정부 정책 때문에 상실하게 된다면 지역 사회의 거센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부·울·경 지역 사회는 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최종 승인을 내주기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주장해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계획안에는 여러 자회사들을 한진그룹 계열사들과 합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거대 LCC'로 거듭날 진에어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병해 기단과 인력 등 각종 분야에서 업계 1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한진칼·대한항공은 아직까지 통합 LCC의 본사를 어디에 둘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2년 6월 “통합 LCC 사명은 진에어이고,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라고 못 박았던 점을 감안하면 본사 소재지는 현재 서울 강서구 등촌동 본사나 인천이 유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에어부산 최대 주주는 아시아나항공이고, 임원·우리사주조합 보유분과 자사주를 모두 합하면 41.96%로 집계된다.


2008년 에어부산이 탄생할 당시 지역 사회의 지분은 48.98%에 달했다. 하지만 메리츠보험·엔케이·부산일보·넥센·비스코·태웅·삼한종합건설·세운철강·윈스틸·부산롯데호텔 등이 매각에 나서 지분이 축소됐다.


현재 △동일 3.31% △서원홀딩스 3.15% △부산시 2.91% △아이에스동서 2.70% △부산은행 2.53% △세운철강 0.98% △부산롯데호텔 0.50% △윈스틸 0.07% 등 지역 사회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16.15%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율이 대폭 줄어든 부·울·경 지역 사회가 부산 내 에어부산 존치론을 주장하는 건 '아시아나항공에 잠시 맡겨둔 우리가 진짜 주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보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현대 기업 지배 구조의 중요한 원칙인 '주주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진칼·대한항공이 통합 대상 LCC 3사 중 2위인 에어부산의 현 입지 조건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합병 작업을 추진하면 대주주의 권리가 침해받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으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시작하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넘긴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부·울·경 지역 항공사 존치는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또 에어부산이 지역 사회의 염원대로 부산에 남는다 해도 자립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항공기 13대 임대차·정비, 아시아나에어포트와는 램프 조업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다. 특히 항공기는 에어캡 아일랜드·에비에이션 캐피탈 그룹·SMBC 에비에이션·셀레스티얼 에비에이션 트레이딩 69 리미트·ICBC 대비 저리인 4.71%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빌려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공동 운항편(코드 셰어)을 띄워 올해 2분기 84억6705억원, 3분기 76억194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채무 잔액은 2032억7822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타 계열사들에도 채무를 지고 있고,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었을 때에는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1845억원 상당의 유상 증자에 참여했다.


이와 같은 면을 종합하면 통합 LCC 중 일부가 될 에어부산을 부산에 남겨둘 이유가 없다는 평이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에어부산을 지역에 남기고 싶었다면 부·울·경 지방 자치 단체들이나 기업들이 주식을 사모아 공기업으로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은 존재 이유가 이익 창출에 있을 따름인데,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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