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선 용선료인데”…여야 예산 싸움에 에너지·환경사업 곤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3 15:23

대왕고래 1차 시추비 1000억 중 497억 삭감, 용선료 못낼 판

원자로 수출, 수소충전소, 신재생에너지, 마포 소각장 예산도 감액

與 “민주당 사과 없으면 협의 없어”…野 “민생 예산안 가져와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당장 시급한 에너지·환경 정책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이달 중순부터 시추에 들어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선 용선료는 하루 6억5000만원씩, 한달이면 200억원에 달해 예산확보가 늦어지면 첫 시추부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오는 10일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여야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원안 677조4000억원 가운데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만약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야당 감액안으로 최종 확정되면 이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사태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에서 증액이 아닌 감액만 적용했다.


주요 감액 내용을 보면 정부예비비 4조8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원이,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은 5000억원이 감액됐다.




또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60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야당의 예산 삭감은 에너지·환경 분야로도 불똥이 튀었다. 505억원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497억원이, 70억원인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수출기반구축(R&D) 예산은 63억원이, 45억원인 수소충전소 구축 예산은 13억5000만원이 감액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이달 중순부터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첫 시추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1차 시추 작업에 정부 예산과 석유공사 예산을 합쳐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예산안 505억원이 거의 전액 삭감된다면 1차 시추부터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노르웨이로부터 시추선을 빌려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루 용선료만 6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비용만 한달에 거의 2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시추에는 다른 여러 용역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하면 현재 석유공사가 확보한 500억원 예산은 한 두달 사이에 모두 소진된다. 정부 500억원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1차 시추부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에너지 환경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2000억원, 내년도 마포 신규 소각장(자원회수시설) 공사에 투입할 국비 96억원도 감액됐다.


국회의장은 일단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10일까지 여야 간 합의를 요구했다.


우원식 의장은 2일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여야 간 더 성숙된 논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여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면서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액안에서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 회생을 바란다면 얼토당토않은 소리는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전혀 정치적 분야가 아닌데도 예산 삭감 대상이 됐다는 것에 놀랐다"며 “에너지 및 환경 정책사업은 국가 대계이고 민생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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