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대통령실은 하루종일 당혹스로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침묵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 발언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사실상 칩거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정진석 비서실장이 신임 국방부 장관 인사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에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는 구성원 모두가 계엄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정 실장의 인사 발표도 2분 남짓에 불과했다. 정 실장은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고 말없이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계엄 해제 이후 공개된 윤 대통령의 가장 최근 행적도 군 인사 관련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사의를 반려했다. 박 총장은 '6시간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다.
이렇듯 대통령실이 침묵을 유지한 배경엔 전날 여당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이상 표결 전까지 불필요한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사실상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곧이어 6선의 조경태 의원이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안철수 의원도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경우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내에서 탄핵 찬성 기류가 급격히 증폭하자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만남을 추진했다. 이날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면담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와의 회동 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동훈 대표를 한남동 공관에서 만난 윤석열 댸통령의 국힘 의원총회 참석 가능성이 거론된다"며 “연이은 출석 거부로 입법부를 완전 무시하다가 이제 자기 살려고 자당 의총에 오려는 내란사태의 수괴를 우리 국회가 출입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윤 대통령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본관 입구에 모이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회 방문을 계획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발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
홍 차장은 이날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방첩사령부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홍 차장이 전한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에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음"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1분도 되지 않아 대통령실은 해당 공지를 취소한다고 밝혀 의혹을 자초하는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의 추가 대국민 담화 여부를 두고도 종일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중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야기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그 배경을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오전 일찍부터 제기됐다.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계획이 없다는 공지가 나온 직후에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급속하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후 늦게 이날 담화는 없을 것이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