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칼럼]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는 걸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9 07:00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국가 혹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연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국민, 민주주의, 국가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하는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단어 사용을 반드시 거짓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실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래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 사태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이런 정치의 일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비상계엄 선포의 '상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포고령 1호 내용에도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고, 군이 국회 본청을 난입한 것은 중요한 탄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입법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군이 난입한 것은, 바로 이 점에서 위법,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탄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현장을 생생히 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본성상, 본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아예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다시 탄핵당하면 향후 20년 동안 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 같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탄핵 반대의 실질적 이유라면, 이는 오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당시 새누리당이 동참했기 때문에, 그나마 5년 후에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당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주관적 시각'으로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 폭망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마느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내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쳐질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은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과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담당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문제다.


즉,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2선 후퇴했던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국정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당정의 계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들의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런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국민은 암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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