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동해 심해 탐사시추를 왜 하는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10 10:50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지난 6월 대통령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시추 계획 발표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탐사시추를 하는 것도 아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데 전국이 요동쳤다. 왜 그랬을까? 지금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대륙붕에 석유가스를 찾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탐사시추를 하는 것은 과연 쓸모없는 일일까? 전체 시추 비용의 50%에 해당되는 500억 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었지만 국회에서 삭감되었다는 것을 보고 놀랐고 또한 몇 일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시 대왕고래 예산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그럴만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한국 석유공사가 해외의 메이저 석유회사처럼 재정 상태가 좋으면 정부와 국민에게손 내밀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당당하게 시추를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투자한 해외자원개발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4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니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는 추가적인 빚을 내 시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계획된 시추를 중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해상 시추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 전에 미리 시추선 용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표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사업은 한 편의 코미디 처럼 흘러왔다. 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 정치의 영역으로 엮이면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우리가 국내 대륙붕 탐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전히 중요한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한 축인 석유 가스의 확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CCS)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국내 대륙붕 조사 탐사는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7광구 한일 공동개발 협정 종료 등 주변국과의 미래 해양영토 문제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용히 장기적으로 조사 및 탐사시추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의 중요성은 산업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작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영향을 주고 한국의 발전된 해양플랜트 분야를 활용할 수 있고 가스전이기에 블루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계획된 첫 시추인 대왕고래 구조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해 심해광구 내에 남아있는 다른 유망구조의 탐사 유망성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향후 올바른 탐사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역학을 할 것이다. 성공하면 남아있는 유망구조의 탐사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평가자료를 제공하여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5개의 유망구조가 있지만 1차 공의 시추 결과와 그 분석에 따라 향후 시추할 유망구조의 수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탐사 성공률이 20%이기 때문에 5개 구조를 시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구조에서 가스가 나오면 독자적인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5개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시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시추공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석유개발에서 실패는 병가지상사처럼 일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0%의 확률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실패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야 궁극적인 성공이 가능한 분야가 에너지 자원개발이다. 비난할 준비도 축하할 준비도 하지 마라. 책임 안 물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복권도 구매해야 당첨이 될 수 있듯이 실패가 두려워 시작을 못하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충분한 사전 계획과 준비 없이 운에만 맡기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어디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인지하고 여정을 나서야 성공한다.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