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 Veracone 투자컨설팅 대표
지난 3일 대통령이 뜬금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다행히 야당 의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계엄은 무산되었다. 계엄이 선포되자 역외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섰고 계엄이 무산되자 1420원 대로 내려왔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치적 안정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1420원 대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탄핵안이 폐기된 이번 주 환율은 바로 1430원 후반대를 넘어섰고 1450원을 넘기는 건 시간 문제가 되었다. 주식시장에서도 계엄 선포 후 3일동안 외국인이 1조원 이상의 매도를 기록했고 월요일부터는 개인의 투매가 나오고 있다.
계엄과 탄핵 무산의 혼란 속에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이 진정한 파트너인지 불한함을 표명하고 있다.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할부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과연 몇 년에 걸쳐 그 할부를 갚아야 할까? 세계는 AI 시대를 열고 있다. 각국 정부와 회사들은 AI 시설 장비 구축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 기초 설비인 H100 칩을 확보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우리 국회에서 밝힌 우리나라 H100 보유 수량은 겨우 2,500대라고 한다. 미국은 일개 기업도 수십만대씩 가지고 있다. R&D 예산을 삭감한 이번 정부는 다음 세대의 밥그릇을 스스로 차 버린 꼴이다. DJ의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우리는 30년간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AI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기술에서 1년 뒤쳐지면 산업에서는 최소한 10년은 뒤쳐지는 거라 한다.
한 달 후면 벌써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 8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나토에 계속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그들(NATO)이 청구서를 지불한다면, 그렇다"라고 하였고 관세에 대해서는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나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즉시, 다른 나라에도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도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관세 부과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응의 주체가 모호해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HBM 칩 개발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납품 테스트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가고 있으며 LCD, 일반 선박 건조 그리고 철강 시장은 벌써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우리의 내년 경제전망이 2%도 안될 거라는 불안감 속에 2025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거기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탄핵 정국이 늘어지고 지연된다면 외인들의 투자 회수와 취소가 늘어날 것이고 외환보유고와 국민연금과의 스왑만으로는 환율 방어가 쉽지 않을 거다. 증안기금과 채권안정기금이 주식과 채권 시장의 혼란을 어디까지 버텨줄지도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계엄이 선포된 날 한은은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데 실질적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환율의 붕괴로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기업의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경우 부동산 연체증가로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 시장마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릴 10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혼란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해결해 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