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 세계 주요 언론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으로 몰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을 결정지었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마다하고 비상계엄 도박의 판돈을 키우는 쪽을 선택해 몰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첫 번째 탄핵안이 지난 7일 표결된 이후 질서 있는 퇴진을 전제로 국정을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합법적 통치 행위로 정당화한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추락했고 보수 언론조차 등을 돌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나름의 논란을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CNN방송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도박'이 실패했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 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아시아의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의 퇴진을 요구하게 만들었다"면서 “그의 도박이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홈페이지 전면에 '한국 대통령, 계엄령 도박 실패 이후 탄핵되다' 제목으로 탄핵소추안 표결 현황을 신속히 전했다.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전망했다. NYT는 이어 북한의 핵 위협 증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임박 등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 선출직이 아니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없는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한국을 이끌게 된다는 지적도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탄핵소추안 의결 뒤 헌재 심판 등 과정을 소개하며 “한국은 이제 장기적인 불확실성의 기간에 돌입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고 자신의 계엄 선포가 옳다는 신념을 밝히면서 “일부 의원들은 통로(진영)를 넘어 대통령 축출에 필요한 (재석 의원) 3분의 2, 즉 200표를 달성하도록 설득됐다"고 짚었다.
WP는 헌재의 탄핵 심리 동안 한국은 '마비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며, 이같은 한국의 '리더십 공백'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와 맞물려 발생한다고도 짚었다.
한편, 가디언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윤 대통령의 임기에 가장 큰 부담은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는 분석도 내놨다. NYT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곤란 중 상당 부분이 김 여사와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명품백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또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처도 정권에 타격을 줬고,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은 청년층이 탄핵 촉구 시위의 주축이 됐다고도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