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의장, 법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결정에도 의결권 전부 승인
신규 선임 이사진 모두 더코어텍 소속…주주연대 “경영권 장악 반대”
주주연대 “더코어텍 인수와 무관치 않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할 것”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달 말 거래가 정지된 코스피 상장사 KIB플러그에너지가 최근 치러진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무리하게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이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의결권 제한 주식을 모두 포함해 표결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판결에도 이사 선임 강행 무리수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IB플러그에너지는 지난 13일 울산 남구 KIB플러그에너지 본사에서 개최한 임시주총에서 김선기 등 사내이사 후보 3인과 유영선 사외이사 후보 1인을 신규 선임했다.
주주연대는 이사 선임 안건 투표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연대는 임시주총에 앞서 울산지방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2일 의결권금지가처분을 인용했다. 주주연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법원으로부터 선임된 검사인은 지난 13일 의결권 대리 행사의 적법 여부 등을 조사한 검사인 보고서를 제출했다.
에너지경제가 확보한 검사인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인으로 선임된 손범식 변호사는 보고서 상에 “오픈아시아 및 엠스퀘어 등으로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를 위임받은 주식 각각 2710만주와 2192만4461주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 3010만7809주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기재했다.
검사인이 발표한 의결권 제한 주식을 제외한 개표 결과를 보면 김선기 이사 선임의 건은 찬성 3878만5819주, 반대 6073만8182주, 나머지 이사 3명 선임의 건은 찬성 3887만8819주, 반대 6064만5187주로 부결로 집계됐다.
손 검사인은 “이에 따라 의결권 제한 주식을 제외하면 이사 선임안은 찬성의결보다 반대의결 수가 많다"며 “검사인은 임시주총에 출석해 해당 사실을 의장에게 보고하고 주주들에게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임시주총에서 의장을 맡은 허성호 KIB플러그에너지 대표이사는 검사인이 의결권 제한 주식으로 확인한 주식도 포함시켜 투표를 진행했고 안건 가결을 선언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검사인의 결정도 묵살한 셈이다.
김현태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 대표는 “주총 의장을 맡은 허 대표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무시하고 이사 선임안 등에서 사임 직전 자신의 권한 밖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주총 의장은 원활한 주총 진행 책무만 있을 뿐 임의로 법원 판결문을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격분했다.
김 대표는 “허 대표는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돼 회사를 거래 정지 상태로 만든 장본인으로 임시주총 전 사임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장을 맡아 자기 멋대로 신규 이사를 선임시킨 데는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수 나선 더코어텍의 경영권 장악도 문제"
주주연대가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이토록 날을 세우는 데는 이들 이사진이 모두 외국계 기업인 더코어텍그룹 소속이라는 점에서다. 더코어텍은 최근 KIB플러그에너지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선기 더코어텍 회장이 과거 상장폐지됐던 코스닥 상장사 이즈미디어에 이사로 재직한 데다 회사 인수 자금 원천도 불분명하다는 게 주주연대 측의 주장이다.
이번에 선임된 사내이사 3인은 김선기 더 코어텍그룹 회장과 엘버트 마이클 유슬리 더코어텍 CEO, 이정민 더코어텍 경영지원총괄 등으로 현재 더코어텍에서 근무하고 있다.
더코어텍은 KIB플러그에너지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오픈아시아컴퍼니와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오픈아시아컴퍼니 주식 총 2400만주를 양도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더코어텍은 현재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만 지급한 상태로 오는 24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계약이 체결된다.
현재 더코어텍은 최근 KIB플러그에너지의 2대 주주인 엠스퀘어로부터 주식 1795만7581주도 매수해 KIB플러그에너지 전체 주식의 7.58%를 보유하고 있다.
김 주주연대 대표는 “더코어텍은 아직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실제 오픈아시아컴퍼니 주식을 취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결권을 위임받아 자신들의 인사로 이사진을 선임해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동원해 경영권을 갖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처사"라고 강조했다.
주주연대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신규 이사들의 직무정지 가처분 등 모든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