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별도 순이익 23% 감소… 내년 전망도 암울
PF 충당금 증가와 부실 익스포져로 재무 부담 가중
‘신용 또 내려갈라’ 구조조정 및 자본 확충 등 본격화
오는 2025년에도 중소형 증권사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주 악화 및 추가 충당금 적립이 예상돼서다. 신용평가사들도 중소형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신용등급 줄하향 가능성도 점쳐진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올 3분기 별도 기준 총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6774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4580억원) 대비 4.02% 증가했다.
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10개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사의 당기순이익은 4802억원에 그쳤다. 이나마도 전년 동기(6238억원) 대비 23.02%나 감소한 수치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 혹한기가 지속되며 PF 의존도가 큰 중소형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PF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계속된 것이 타격이 컸다. 대표적으로 아이엠증권(구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올 3분기에만 61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으며, 현재 관련 대손충당금 규모는 2800억원을 넘어간다. 이외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등 PF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려되는 점은 내년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2025년도 증권업황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둔화 및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탄핵 정국을 맞아 정치 불확실성도 발생했다. 당장 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늘어나는 해외주식 투자,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운용 수익 및 전통 IB 성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은 중소형사는 이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11월에 있던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영향으로 구조조정·수주 위축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방안은 PF 사업자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고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충당금 적립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어서다. 이미 중소형사들은 2023~2024년 동안 대규모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브릿지론 및 고위험 본 PF 부실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24개 증권사의 PF익스포저 중 유의·부실 우려 익스포저는 3.3조원(16%)이다. 브릿지론 중 35%도 유의·부실우려로 평가된다.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규모가 9%인데, 이외 증권사는 18%로 두배에 달한다.
증권사의 실적만이 아니라 신용등급도 문제다. 올해 이미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됐다. 이외에도 신평사들은 현대차증권, 아이엠증권, BNK투자증권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 뚜렷한 재무개선 및 리스크 해소가 없다면 또다시 증권사의 신용도 줄하향이 발생할 확률이 있다.
이에 중소형사들도 재무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앞다퉈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이엠증권은 올해 영업점을 상당 부분 통폐합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SK증권도 지점을 축소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으나 2000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일반증권사의 경우 고위험사업장 및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이 높아 PF 구조조정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 부진에 따른 시장지위 저하와 수익성 부진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