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에도 못 웃는 2금융권…산적한 정책·건전성 관리에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16 17:49

5차 보험개혁회의서 빠진 ‘실손 개혁’
보험업계 “의개특위 결렬에 사실상 중단”

내수에 충격파…급전창구 이용 폭증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적정 분석 미지수”

보험개혁회의 발언하는 김소영 부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통과되면서 금융권 내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보험과 카드업 등 2금융권은 실손보험 개혁 등 시행을 앞둔 각종 정책의 동력 상실과 건전성 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 '정책 정체' 경계하지만…실손 빠진 5차 회의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보험개혁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판매채널 현안 과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방향, 미래대비과제 등이 논의 주제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 내 가장 큰 이슈로 꼽히는 실손보험 개혁 방안 발표를 두고 시선이 모였다.



금융당국은 정국 혼란에도 개혁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정책 시행의 차질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어려운 상황일수록 개혁 기조는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며 “보험개혁회의 과제들을 애초 계획과 일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손보험 개혁에 대해서도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 핵심과제인 만큼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실질적으로 실손보험 개혁이 당초 기대치만큼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날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발표된 내용에서 구체적인 실손보험 개혁 방안들은 담기지 않았다. 삼둥이 이상 다태아 보험 100% 전격 인수 등 기준 개편, GA(대형) 비교·설명 시 상품별 판매 수수료 정보 제공 및 추천사유 기재, 보험상품 설명의무 개선 등이 이날 주요한 시행 과제로 꼽혔다.




업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거론된 이달 초부터 실손보험 개혁이 무난하게 이뤄질지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130.6%까지 치솟았다. 손해보험사들은 비급여 의료쇼핑 논란 확대와 실적 악화 등의 문제가 커져 실손보험 개혁을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로 지목해 왔다.


정부의 실손보험 개혁 과정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연내 개선방안 도출을 주문해 추진된 만큼 현재는 동력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와 금융위가 동시에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당일 포고령에 '현장 미복귀 의료인 처단' 내용이 담기면서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 3개 단체가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특위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계획대로의 실행이 어려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개혁회의가 내년 초까지 운영되는데 이후 판매채널 책임성 강화나 보험대리점 제도 개선, 미래대비과제 등을 중점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업계 내 가장 시급한 실손보험 개혁은 사실상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민 급전창구' 수요 폭증…카드사 건전성 두고 긴장

서민 경제 악화로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가 치솟고 있다.

▲서민 경제 악화로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가 치솟고 있다.

탄핵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미 외환시장을 비롯해 내수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퍼진 만큼 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에 따른 방어에도 부담감이 실리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서민 경제 악화로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가 600만명이 넘는다는 의미다.


'서민 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의 잔액은 지난달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원으로 8월 말 세웠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카드대출과 연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카드대출 규모는 지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가리키고 있다. 8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로, 연체율이 높아질수록 카드사들은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진다.


한편 탄핵 이슈로 인해 미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카드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결과는 예정대로 이번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에서 “소규모 자영업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도록 예정대로 금주 중 카드 수수료 경감 방안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정국 혼란을 빌미로 정책 추진이 미뤄지는 모양새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정에 따라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국정에 있어 한 치의 공백도 허용될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드업계가 요청해 온 적격비용 산정이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통해 적정한 수준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많이 내리느냐, 적게 내리느냐의 수준으로 보인다"며 “적격 비용 제도는 카드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카드사 혜택과 서비스를 더 축소시키는 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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