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주담대·전세대출 등 문턱 낮춰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도 대출 완화
내년 1월 총량 관리 리셋, 연초 여유 예상
당국, 월·분기별 관리 방침 “긴장감 유지”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내년 초 대출 문턱 낮추기에 시동을 걸었다. 은행들은 연초 세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에 따라 한 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데 내년에 목표치가 새로 시작되기 때문에 연초에는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단 내년부터는 금융당국이 월별, 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방침이라 가계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 플러스모기지론(MCI) 취급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 접수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신규 분양 물건지(미등급) 취급과 1주택 보유자 취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단 대출 실행은 내년 1월 2일부터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은 보통 신청 후 실행까지 2~4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소득 대비 한도율을 연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것을 내년 1월 2일부터 없애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도 내년부터 가능하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 기간은 30년으로 유지하고, 신규 구입 목적으로 하는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은 현행대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로 막혀있던 규제를 내년부터 조금씩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비대면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으나 한 달 만에 재개했다. 대출 실행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비대면 상품 판매를 오는 23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타행 상환 조건부 주택담보대출 운영을 재개했다.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였다.
은행들은 매년 새롭게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리하는데, 내년에 목표치가 리셋되는 만큼 가계대출 관리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전세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계획을 잠정 연기할 것으로 보여 가계대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과 내부 부진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탄핵 정국까지 악재가 겹치며 경제 전망이 암울하자 정부는 당장 내수 살리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 은행권은 올해와 같이 연초에 가계대출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가계대출을 월별, 분기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라 기간을 쪼개 가계대출 총량을 세심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연초 대출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이 경제의 뇌관인 것은 분명한 만큼 가계대출 관리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