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완성차업체 탄생하나…日 닛산·혼다 합병 논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18 11:05
HONDA-M&A/NISSAN MOTR CO

▲지난 8월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는 닛산과 혼다 사장(사진=로이터/연합)

일본 2, 3위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합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비야디(BYD), 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늘리자 힘을 합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두 회사는 경영 통합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하나의 지주사를 설립해 각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 자동차도 지주사에 편입되는 방안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와 닛산은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아오야마 신지 혼다 부사장은 “합병, 지분 교환, 지주사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일본 증시에서 닛산 주가는 장중 최대 24% 급등한 반면 혼다 주가는 3.4% 하락했다.


두 회사는 올해부터 협력을 강화해왔다. 지난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와 차량 소프트웨어(SW) 등의 협업을 논의해왔고 지난 8월에는 SW 개발과 전기차 부품 표준화 추진 등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다만 경영 통합을 위한 양사간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최종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럼에도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기아차를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가 탄상할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의 지난해 자동차 그룹별 세계 신차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1위는 도요타그룹(1123만대)이 차지했고 폭스바겐그룹(923만대)과 현대차그룹(730만대)이 뒤를 이었다.


기술 공유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혼다는 연비 성능이 높은 독자적인 하이브리드차 전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혼다는 2030년까지 연간 13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제시하기도 했다. 닛산은 2010년에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를 출시한 바 있다.


이렇듯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군림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에 밀려 크게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만해도 거리의 자동차가 대부분 일본차였던 인도네시아에선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지난 5년간 6.1%포인트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도요타가 아직 많지만 닛산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닛산은 경영 위기에 빠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닛산은 내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의 연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1500억엔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기존 가이던스 대비 70% 대폭 낮춘 수치다. 닛산은 또 판매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9000명 감원, 생산량 20% 감소, 미쓰비시 자동차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지난달 발표했다.


이와 관련, 요시다 타쓰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 닛산 재정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일본 산업은 도요타와 혼다·닛산·미쓰비시 등 양대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요타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업계 1위란 지위를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혼다와 닛산 시가총액은 각각 6조8000엔, 1조3000엔으로 모두 합쳐도 도요타(42조2000엔)에 못 미친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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