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살얼음판인데 美연준까지...“원달러 환율 1500원선 각오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19 15:44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
정국 불확실성에 美금리 속도조절 악재

금융당국, 금융시장 안정총력 대응
외환스와프 한도 650억 달러로 증액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유입 지속”
“환율 상단 1500원까지 열어둬야”

환율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를 체크하는 모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발표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이미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으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환율 저항선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외환당국(한국은행, 기획재정부)은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왑 계약 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하는 등 외환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아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출발해 1448원~1452선을 유지했다.



환율이 1450원선을 상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미국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도 내년 기준금리를 당초 네 번이 아닌 두 차례 인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후유증이 시달리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12·3 비상계엄 사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내 정국 불확실성에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린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발표까지 더해진 결과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월 29일(1394.7원 대비) 50원 넘게 급등한 수준이다.




당장 환율 강세는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우리 물가상승률은 0.05%포인트(p) 정도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급해진 금융당국...외환스와프 한도 650억 달러로 증액

연일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왑 거래를 2025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에 외환스왑 한도는 2022년 9월 최초 계약 체결 당시 100억 달러에서 작년 4월 350억 달러, 올해 6월 500억 달러로 늘었다. 해당 계약은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매입 등을 위해 달러가 필요할 때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먼저 공급받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다.


한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왑 거래 구조(예시).(자료=한국은행)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대거 매입하면, 결국 달러 가격에 오를 수밖에 없는데 대신 외환당국에서 달러를 구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스왑거래 기간 중 외환보유액이 거래금액만큼 줄어들지만, 만기시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도 일시적이다. 국민연금도 환율이 급등할 때 외환스왑을 통한 해외자산 환헤지는 해외투자에 수반되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낮춰 기금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들에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결제와 외화대출 만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이 원재료를 매입하기 위해 수입신용장을 개설한 경우, 개설은행이 수출업자(은행)에게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기업은 일정기간 후 은행에 결제의무가 발생한다. 이에 기업들은 결제일이 도래할 때 결제의무에 따른 외화매입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의 만기가 조정되는 경우 기업은 연말 높아진 환율로 외화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기업부담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수급부담 완화, 환율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은행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도입 시기, 방법을 재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연말부터 스트레스 완충자본 추가 적립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가 환율의 추가 상승 폭을 제한할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향후 1500원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위험선호 분위기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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