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보다 무서운 ‘오너리스크’...한미약품, 경영권분쟁에 시총 7600억 증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2 11:20

경쟁사 시총 수천억원대 성장...유한양행 4조원대 ↑

“실적·R&D 좋은데...오너일가, 주가 부양 관심 無"

한미약품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1년 가까이 진행 중인 경영권분쟁으로 빠진 시총 규모가 8000억원을 육박했다.




기업 펀더멘털은 업계 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경영성과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종가기준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3조3821억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19일 4조1455억원 대비 763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업계 내에서 실적이나 연구개발(R&D) 성적이 좋았던 경쟁사들 주가는 두 자릿수씩 성장하며 시총이 수천억원 증가했다. 신약 렉라자 효과를 등에 업은 유한양행은 시총이 1년 만에 3조8339억원 뛰었고, 녹십자와 대웅제약도 각각 5236억원, 1889억원씩 올랐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한 경영권분쟁이 끌어 내렸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경영성과는 업계 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올 3분 누적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760억원 대비 35% 증가했다. 의료 대란 직격타를 맞은 일부 제약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면하지 못한 것과 견줘 견고한 성장을 유지한 셈이다.


R&D 사업도 순항중이다. 한미약품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 약의 상용화 시점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내년 하반기로 설정하고, 국내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타깃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 경구용 비만치료제, 근손실 방지 및 섭식장애 개선 후보물질, 비만 디지털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에 R&D 비용을 올해보다 늘린 2000억원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문제는 오너 리스크다. 경영권분쟁이 진행 중이지만, 양 측의 격차가 커 주가 반등을 위한 재료로 사용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형제 측인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한미약품 대표 및 이사 해임 건이 부결되며 갈등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20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가는 각각 2.88%, 0.93% 하락했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부결됐다. 이들의 이사 해임 건이 부결되면서 형제 측이 제안한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됐다. 당초 사이언스 측은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해 이사회를 형제 측 6명, 4자연합 측 4명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경영권분쟁이 결론나지 않으면 동종 업계 수준의 주가 반등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분쟁 지속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영성과에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점진적인 기업가치 하락을 야기한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경영성과만을 놓고 보면 이렇게까지 주가가 빠지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리더십 안정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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