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인적 쇄신 단행
은행장 교체 후 6개 자회사 대표 전부 물갈이
우리카드 첫 외부 대표 발탁, 여성 CEO도 등장
“더욱 강력한 내부통제 기반 구축하겠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은행장을 교체한 데 이어 6개 자회사 대표를 전부 물갈이했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위기에 봉착한 만큼 인적 쇄신을 통해 우리금융의 신뢰를 다시 쌓겠다는 것이다.
우리카드 대표로는 최초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고, 우리신용정보 대표로는 2019년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0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6개 자회사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지난달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발탁한 후 파격적인 쇄신 인사를 이어갔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다 400억원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도 확인되며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 상태로, 우리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검사 결과에 대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고 경고했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책임 소재가 현 경영진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등 검사 결과 발표 시기가 12월에서 내년 1월로 미뤄진 이유에 대해서도 “중요성이나 위법 행위의 엄중함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거나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매운 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위기 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금융은 이번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회사 CEO 인사를 보면 우리카드에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Operation) 본부장, 우리금융캐피탈에 기동호 전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CIB(기업투자금융)그룹장, 우리자산신탁에 김범석 전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 우리금융에프앤아이에 김건호 전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장, 우리신용정보에 정현옥 전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우리펀드서비스에 유도현 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이 각각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특히 우리카드 대표에는 카드사 대표 처음으로 외부전문가 출신이 발탁됐다. 진성원 내정자는 1989년 삼성카드를 시작으로 30여년간 카드업계에 종사하며, 마케팅·고객관계관리(CRM)·리테일·오퍼레이션 등 주요 부문에서 역량을 쌓았다. 삼성·현대·롯데카드 등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거친 만큼 최근 성장이 정체된 우리카드의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됐다.
지주 재출범 후 여성 CEO도 등장했다. 우리신용정보 대표로 추천된 정현옥 내정자는 1992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강남영업본부장, 투자상품전략그룹 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 후보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 채권 회수율 개선과 비추심 부문 성장동력 강화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외부에서 면밀한 검증을 거쳐 전문성, 혁신성, 영업력을 갖춘 CEO 후보들을 추천했다"며 “CEO들이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더욱 강력한 내부통제 기반을 구축하고 괄목할 만한 영업성과를 창출해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복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