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투자전략은 공매도”…7년째 힘 못쓰는 한국 등 신흥국 증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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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트레이더(사진=AFP/연합)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 상승률이 7년 연속 미국을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투자 전략을 둘러싼 글로벌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취임으로 그가 예고해왔던 관세 등의 정책들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자 신흥국 증시는 공매도해야 한다는 전략마저 나온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상승률이 5% 밑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25.05% 급등했다.


파키스탄, 케냐, 스리랑카 등 일부 신흥국 지수는 올해 크게 상승했지만 시가총액이 큰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점이 전체 상승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MSCI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MSCI 신흥국 지수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국가는 중국(26.99%)으로 나타났고 인도(19.93%), 대만(18.88%), 한국(9.73%), 브라질(4.5%)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으로 보면 대만 TSMC가 9.8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텐센트 홀딩스(4.32%)와 삼성전자(2.41%)가 2위, 3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미국 증시를 아웃퍼폼한 중대 신흥국 증시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MSCI 신흥국 지수 상승률이 올해까지 포함해 7년 연속으로 S&P500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는 부분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신흥국 지수가 미국을 앞질렀던 적은 2017년이 유일했다. 지난 12년간 미국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430%의 수익률을 안겨 신흥국 주식보다 10배 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신흥국 증시 상승률이 미국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는 배경엔 달러가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가 추적하는 신흥국 통화 지수에선 신흥국 통화가치가 7년 연속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모든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추락한 데 이어 9개국 통화는 1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에 투자하려는 대세도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디나 팅 글로벌 포트폴리오 총괄은 “통화뿐만 아니라 주식 관점에서도 미국이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되면 사람들은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기 때문에 상황을 뒤집기 어려다"고 말했다.


신흥국 채권시장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2023년 10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면서 신흥국 채권 가격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GMO는 신흥국 채권을 두고 “올해가 평생 한번 오는 매수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지 못한 점, 미국 등 선진국 채권 수요 등의 이유로 신흥국 채권 가격이 크게 오르지 못했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신흥국 채권 가격은 올해 2% 가량 오른 반면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는 8% 급등했다.


이에 내년엔 신흥국 시장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식어가고 있다.


UBS 산하 BV 그룹의 사라 폰제크 금융 자문가는 “신흥국 투자를 포기하거나 외면하려는 투자자들이 나와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루이스 오게인스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 총괄은 “2025년은 신흥국 시장으로 자본이 유입되는 해가 되길 바랬지만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더라도 신흥국에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며 “신흥국과 연관된 펀드에서 유출이 예상되고 연준 금리 인하만으로 자본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보르디 리치 투자관리의 브래들리 위켄스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국 시장의 하락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년 신흥국 시장에서의 기회는 공매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흥국 시장이 항상 미국을 밑돌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진 공급망 글로벌화와 중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신흥국 증시는 359% 폭등한 반면 선진국과 미국 증시는 각각 59%, 31% 오르는 데 그쳤다.


신흥국 시장에 내년에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선진국에서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연준 또한 금리인하에 속도 조절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로베코 자산관리의 윔 하인 팔스 신흥국 총괄은 “미국 주식과 기타 자산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내년엔 모든 계란을 미국 바스켓에 담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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