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길게는 6개월까지 본격적인 탄핵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탄핵정국이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에는 각종 악재가 겹치며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매매 매물이 급증하는 동시에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8938건으로, 1년 전(7만6795건)에 비해 무려 15.8%나 늘었다. 위기를 의식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067건으로 3753건이었던 한 달 전과 비교해 18.2% 줄었다. 올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정점을 찍었던 지난 7월(9211건)과 비교하면 66.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집값 또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반년 만에 하락전환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은 줄어들면서 보합(0.00%)전환에 가까워졌다. 서울 전세값 또한 1년 7개월여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전환하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집값 부담, 대출규제 영향, 경기침체 우려, 탄핵소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등 각종 악재가 겹쳐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이 같은 악재가 지속된다면 불확실성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해 2022년 말의 급락세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주택 수요자들은 집을 사길 꺼려하고 있다. 공급자들도 '비상계엄', '탄핵'이 온통 뉴스를 도배하는 바람에 “올해 말 장사는 접었다"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비상계엄 후 치솟고 있는 환율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본다. 당장 수입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주택 공급,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단기적으로 다시 날 뛸 가능성이 높은 공사비를 잡는 게 먼저다. 수입 물가를 최대한 안정시켜 공사비 급등→분양가 상승→주택시장 침체→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최대한 약화시켜 국민들의 주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값 싸고 안정적인 공공 주거 시설 공급을 대폭 늘려 서민들이 안심하고 주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폴 사무엘슨이 말했듯 시장은 눈에 보이는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