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장 교체…신한은행만 연임
금융사고, 불확실성 등에 수장 교체로 조직 정비
비은행 정통한 영업통 발탁, 현장 영업력 강화
광주·전북은행·iM뱅크는 행장 연임, ‘안정’ 택했다
시중은행은 '쇄신', 지방은행은 '안정'을 택했다. 연말 주요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시중은행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CEO가 모두 교체됐다. 반면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전남은행은 행장을 연임시켰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도 행장 연임을 결정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수장 교체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을 새로 발탁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지방은행은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경영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 행장 중 올해 연말 인사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만 2년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새 CEO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내정했고,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우리은행은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각각 차기 CEO로 선정했다. 농협은행은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차기 행장을 맡는다.
5대 주요 은행 중 1곳의 행장만 연임되고 4곳의 행장이 바뀌는 것은 파격적이란 분석이다. 앞서 5대 은행 행장 중 첫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 임기를 수행하던 행장은 이재근 국민은행장뿐이라, 나머지 행장들의 추가 연임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올해 시중은행에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진 데다,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내부 통제 부실 우려가 커지며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수장을 교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은행 부문에 정통한 '영업통' 인물들을 발탁해 내년도 영업 환경 변화를 시사했다.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은행 성장이 제약되고 있는 만큼 비은행과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인사가 단행됐다는 분석이다.
먼저 이환주 차기 국민은행장은 KB라이프생명 대표에서 이동하며 KB금융 계열사 CEO가 행장이 된 최초 사례를 기록했다. 이 차기 행장은 그동안 국민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며 개인고객그룹대표 전무까지 맡았으며, KB금융지주에서 재무총괄(CFO)을 역임하고 2022년 생명보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그룹 내 주요 핵심직무를 맡으며 영업 중심의 경영 철학을 실현할 수 있고,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호성 하나은행 차기 행장 또한 하나은행에서 영업그룹장(부행장)까지 지낸 영업통으로, 지난해부터 하나카드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에 더해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이 증명된 인물로, 비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태영 차기 농협은행장은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농협은행에서 디지털전환(DT)부문 부문장과 농협금융지주 디지털 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직했고, 지난 2월부터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현장 영업력을 가진 디지털 전문가로 알려졌다.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했고, 특히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시중은행의 인사와 조직 개편 특징은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며 “내년에는 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예정돼 있어 은행이 이자이익에 기댄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리테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며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행장 연임을 통해 안정적인 인사를 이어갔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성공했고, 김 회장은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을 재신임하며 지금의 리더십 구도를 1년 더 이어가는 결정을 내렸다. iM뱅크는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의 행장 겸직을 확정하며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과도기적 시기에 조직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그동안 행장들의 성과가 좋았던 데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통해 경영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행장 연임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