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양자(퀀텀)컴퓨터 기술이 상용화에 한층 다가섰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주식도 들썩이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기업들이 포함된 유일한 상장지수펀드(ETF)는 뉴욕증시 첫 상장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기업들을 추적하는 ETF인 Defiance Quantum ETF(티커명 QTUM)에 이달에만 약 2억5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월간 기준, 2018년 첫 상장 이후 가장 큰 규모다. QTUM ETF는 올해 55% 가량 올랐고 이달에만 18% 상승했다.
디웨이브퀀텀, 리게티 컴퓨팅, 아이온큐 등 소형회사에서 알파벳, 엔비디아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까지 총 73개의 양자컴퓨팅 관련주들이 포함된 이 ETF는 지난 2018년 첫 상장됐지만 최근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5000만달러를 조금 넘는 금액이 순유입됐도 2022년에는 자금이 오히려 유출됐다.
이처럼 이달부터 QTUM ETF에 자금이 몰린 배경엔 구글이 슈퍼컴퓨터가 10 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 년, 즉 10자 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이달초 밝히면서다. 이 양자컴퓨터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가 장착됐다.
다만 이번 성능 실험은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이용됐으며, 아직 실제 적용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이 기술은 의료와 에너지, 기후 변화 등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겨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글은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실제 문제 해결 사례를 내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QTUM ETF는 최근까지만 해도 다른 하이테크 롱샷(승산 없는 기술) ETF들과 마찬가지로 여겨졌지만 이달 알파벳 발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이젠 QTUM ETF에 전례 없었던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2011년에 처음으로 양자컴퓨터를 판매한 캐나다 기업인 디웨이브퀀텀은 올해 주가가 870% 폭등했고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주가는 각각 266%, 1133% 치솟았다.
QTUM ETF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이들을 보유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웨이브퀀텀, 리게티 컴퓨팅, 아이온큐가 QTUM ETF 보유랑 상위 3개 기업이지만 비중은 각각 2.7%, 2%, 1.94%에 불과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이전법 단위인 비트(0 또는 1)로 데이터를 표현하는 것과 달리 큐비트(0과 1을 동시)를 나타낸다. 양자컴퓨터에서 4 큐비트는 기존 컴퓨터 대비 정보를 16배 더 많이 처리할 수 있어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양자컴퓨팅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인공지능(AI)처럼 새로운 테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타나시오스 사로파지스는 “양자컴퓨팅은 작년에 AI가 그랬던 것과 같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양자컴퓨팅 관련주를 광범위하게 보유하는 ETF가 없기 때문에 QTUM이 유일한 ETF"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팅 관련 ETF가 더 늘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