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가열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6 10:03

윤수현 기후에너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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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아닌 '지구 가열화.'




단어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어는 단순한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 단어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게 만들고, 또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지 결정짓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떠올려보자. 어딘가 완만하고 점진적인 느낌을 준다. 변화라는 단어는 마치 시간이 충분히 있고 천천히 적응하면 될 것 같은 여유가 느껴진다. '지구온난화'라는 말도 비슷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느긋한 표현으로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은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행동을 촉구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와 '지구 가열화'라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다.


전 세계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가뭄, 기록적인 폭우와 산불 같은 기상이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북반구 곳곳에서 섭씨 50도에 가까운 폭염이 나타났고, 해수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해양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서울과 대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38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졌고, 강릉에서는 역대 최고기온인 41도를 기록했다. 장마철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하천을 범람시키고 마을을 삼켰다. 충청권과 경북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며 큰 인명 피해를 냈다. 이런 극단적인 날씨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변화'라고 표현하기엔 이 모든 현상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지금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온난화'가 아니라 '가열화'라는 표현이 지금의 위기를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익숙한 단어들이 현실의 위급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좌우한다. '변화'와 '온난화'가 주는 여유 대신 '위기'와 '가열화'가 주는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를 '변화'라고 부르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변화'라는 느긋한 표현 대신 '위기'로, '온난화'라는 부드러운 단어 대신 '가열화'로 선택해야 한다. 단어를 바꾸는 일이 별 것 아닌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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